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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쿠바 국교정상화 폐기

Posted May. 31, 2017 07:07,   

Updated May. 31, 20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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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해빙기’를 맞이했던 미국과 쿠바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을 대거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는 쿠바가 대대적인 경제 개혁과 인권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데탕트를 끝내겠다’고 밝혀 왔다.

 29일 정치전문 인터넷매체인 ‘더 데일리 콜러’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완화됐던 쿠바와의 무역과 여행 관련 규정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는 강화된 규제를 담은 대(對)쿠바 정책을 이르면 다음 달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쿠바의 115주년 독립기념일인 20일 ‘트럼프표 쿠바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트럼프의 해외 순방 일정과 겹쳐 연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2월부터 오바마 시절 마련된 쿠바 관련 정책들을 점검했다. 존 캐벌리치 미-쿠바 경제통상협회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2월부터 변화(해빙 조치 중단)를 발표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다른 이슈가 많아 공식 발표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의 쿠바 정책은) 여행과 관련된 단속을 확대하고, 쿠바 혁명군이 관리하는 기관들과의 거래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국교 정상화 조치에 따라 회복된 대사급 외교관계의 단절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공화당 유력 인사들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바계인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과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은 공개적으로 강경한 쿠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공화당의 경선에도 참가한 ‘차세대 주자’ 루비오는 3월 트위터에 “(트럼프는) 쿠바를 독재국가로 취급할 것으로 본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와의 화해 무드를 깨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상당하다. 냉전시대 때부터 적대국이었던 쿠바와의 관계 개선은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미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통신업계와 항공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쿠바를 잠재력이 큰 미래 성장시장으로 여겨 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미 연방 상원의원 54명은 최근 쿠바 여행과 관련된 규제들을 모두 철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