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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메르켈 “美에 의존 안해”

Posted May. 30, 2017 07:20,   

Updated May. 30, 20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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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한 어투로 미국과 영국의 대서양 동맹과 거리를 두는 작심 발언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2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선거운동 유세에서 “유럽은 더 이상 미국과 영국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상황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해야만 한다”고 선언했다. 2500명의 군중은 1분 동안 박수를 보내며 메르켈 총리에게 호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차대전 이후 지난 70년 동안 가장 강하게 독립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연설에서 “동맹에 의존할 수 없음을 지난 며칠 동안 경험했다”며 27일 끝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느낀 실망감이 이번 발언의 배경임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파리 기후협정 합의 유지에 실패한 후 “매우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9월 총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하는 정치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준비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메르켈이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재회해 어떤 복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