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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靑부터 ‘檢길들이기’ 손 놔야 성공한다

검찰개혁, 靑부터 ‘檢길들이기’ 손 놔야 성공한다

Posted May. 12, 2017 07:15,   

Updated May. 12,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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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형법 교수가 어제 임명됐다. 검찰 출신이 아닌 민정수석 임명은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홍보수석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 인사수석에는 여성인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청와대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에는 대통령 측근이 임명돼왔는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없는 이영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임명됐다.

 윤 수석은 신문과 포털을 두루 걸친 미디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초의 여성 인사수석에 걸린 기대도 크다. 조국 수석은 친문(친문재인) 성향이 뚜렷한 교수지만 정치권에 몸담지는 않았다. 그제 발표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해 아직까지는 친노 친문 정치인이 전면에 나오지 않아 초반 인사에서는 통합을 실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느껴진다.

 임 실장은 조국 수석의 임명과 관련해 어제 “새 정부는 검찰 출신이 아닌 학자를 임명함으로써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동시에 권력기관 개혁 의자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이지만 동시에 입법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법률을 통과시키는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무성하던 검찰 개혁을 선포한 것이다.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기소권 분리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노무현 정권에서도 추진했으나 이루지 못한 과제로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검찰 개혁에 앞서 검찰 수사를 청와대에서 독립시켜 공정 수사를 보장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조국 수석은 어제 “민정수석의 수사지휘는 안 된다”며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 것이고 민정수석은 그 과정에서 단지 검증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 말대로 하면 된다. 민정수석이 명시적으로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청와대의 분위기만으로 알아서 기는 문화가 검찰에 있다. 검찰 내부를 잘 모르는 비(非)검찰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는 게 검찰 수사 독립에 어느 정도 도움은 주겠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권한을 자제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문 대통령도 조 수석도 검찰 개혁을 추진하되 검찰 수사는 놓아두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검찰 개혁의 길이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을 관리하고 인사를 검증하는 책임도 크다.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민정수석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를 관리하지 못해 정권의 파탄을 초래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를 했을 때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비서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서 보듯 대통령의 뜻이라도 잘못된 뜻을 수행했다가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포함한 모든 청와대 참모들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