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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내각 아니라 ‘이낙연 내각’이어야 책임총리다

문재인 내각 아니라 ‘이낙연 내각’이어야 책임총리다

Posted May. 11, 2017 07:32,   

Updated May. 11, 20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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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새 정부 국무총리로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남지사을 내정하고 대통령비서실장에 대선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 지사 내정은 영남 출신인 문 대통령이 호남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리의 출신 지역보다 중요한 것은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를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다.

 헌법에 장관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이 장관을 뽑고 총리에 제청을 요구한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 책임총리제를 약속했지만 총리의 제청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대통령의 제왕화를 막으려면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회 취임선서에서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말했다. 제왕적 권력을 나누는 첫 걸음이 책임총리제다.

 책임총리제의 실현은 대통령의 의지만큼이나 총리 내정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책임총리제가 말만 무성하고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이회창 이해찬 등 과거 몇몇 실세 총리를 빼고는 대부분이 스스로 권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내정자는 어제 “책임총리라고 아무 것이나 의견 낸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가 정식 총리가 된 뒤 제청해서는 내각 구성이 늦어질 우려가 있어 그가 제청권 행사를 모두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통령의 인사나 정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을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책임총리라고 할 수 없다. 총리 역할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달라진 이상 얼굴마담 역할이나 할 총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대통령비서실장실은 실질적인 권력 2인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이 중량급 인사를 임명해온 이 자리에 상대적으로 젊은 51세의 임 전 의원을 앉혔다. 임 비서실장은 어제 “예스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통령보다 13살이 어린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임 비서실장이 임수경을 월북시킨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이라는 점에 우려를 보냈다. 노무현 정권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의 비서관들이 설친 것을 돌이켜보면 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장관들 위에 군림하는 구조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서실이 옥상옥(屋上屋)의 권력기관화할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총리와 장관이 비서실을 통해 내려오는 대통령의 명령을 단순히 실행하는 기관에 불과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인사수석비서관에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에 이례적으로 비(非)검사 출신이 내정된 것은 환영할 만 하다. 다만 친문(친문재인) 성향을 강하게 표출해온 폴리페서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성향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인사검증을 할 만한 자격을 갖췄는지, 보다 신중히 검토해 임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