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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열흘, 열달, 10년 뒤를 생각하며 선택하자

대통령 선거 열흘, 열달, 10년 뒤를 생각하며 선택하자

Posted May. 08, 2017 07:19,   

Updated May. 08,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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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을 뽑는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 이후 꼭 5개월,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2개월 만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싼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됐고, 국가 리더십의 장기 공백 속에 외교·안보·경제 위기에 방치돼 있었다. 우리가 뽑을 새 대통령은 이런 갈등과 위기를 넘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선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열망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실천하는 기회다. 투표를 통해 나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새로 연다.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다. 지난주 이틀간의 사전투표에는 이미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이 투표를 마쳤다. 나머지 상당수 국민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을 것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내 한 표가 후회를 남기지 않는, 보다 나은 선택이 되도록 냉철하게 ‘선거 뒤’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은 모레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결과 확정 발표 즉시 직무를 수행한다. 정권 인수기간도 없다. 당장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판단력과 능력, 자질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물론 만능 대통령은 없다. 최소한 국민을 편 가르고 반대자에게 모진 협량(狹量) 대통령, 과거에 매몰돼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 대통령, 위기에 갈팡질팡 흔들리는 갈대 대통령이어선 안 된다.

 이번 조기 대선을 만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근원은 대통령의 독단과 폐쇄성, 전근대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있었다. 새 대통령은 열린 마음으로 청와대와 정부, 국회, 그리고 여야 간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선거 동안 후보들은 ‘통합’ ‘협치’를 외쳤지만 실상은 ‘누구누구는 안돼!’의 다른 말이었다. 모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통합을 이룰 진정성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난 몇 개월간 한국은 공갈치는 북한과 한방 벼르는 미국, 몽니부리는 중국, 호들갑스런 일본에 둘러싸인 채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한국이 빠진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됐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청년은 일자리를 못 구하고, 미래 먹거리도 창출하지 못한 채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구조조정 지연과 구조개혁 실패로 중병 든 한국 경제는 거센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휩쓸릴 위기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선택의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면 의외로 결정이 쉬워진다. 각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앞으로 열흘, 열 달, 10년 뒤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은 열흘 뒤 지역·이념·정파를 떠나 인재가 적재적소 배치된 통합의 정부를 만들고 4강 정상들과 핫라인을 통해 위기 극복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열 달 뒤엔 잘 짜인 미래 청사진 아래 일자리·경제개혁·사회복지 등 각 분야를 점검·독려할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래서 10년 뒤 한국이 통일을 앞둔 평화국가, 세계 5위권 혁신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 복지국가로 만드는 기틀을 닦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 오늘 하루 곰곰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