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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어 프랑스서도 대선후보 해킹 공격

Posted May. 08, 2017 07:19,   

Updated May. 08, 20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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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대선 결선을 이틀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측의 이메일과 당의 회계 정보 9기가바이트 분량이 해킹돼 유출되는 사태가 일어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문제의 자료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종료된 6일 밤 12시를 몇 시간 앞두고 #MacronLeaks(마크롱리크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3시간 반 만에 이 해시태그는 4만7000번이 사용됐다. 6일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후보자 측이 해명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계획된 범행으로 추정된다.

 해킹 파동이 커져가는 가운데 만 39세 마크롱 후보와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여성 후보 마린 르펜을 향한 유권자 4600만 명의 선택이 7일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프랑스 전역 6만7000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59년간 프랑스 현대 정치를 양분해 온 우파 공화당과 좌파 사회당이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첫 결선 투표다. 프랑스 최초의 30대 대통령이냐, 최초의 극우 혹은 여성 대통령이냐, 누가 되어도 프랑스 역사의 새 페이지는 쓰여 진다.

○ 막판 변수로 떠오른 해킹 파동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언론들에 유출된 이메일과 문서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도록 명령하며 “이 문서를 출판하거나 복제해 퍼뜨릴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지고 있는 문서 중에는 허위도 많아 진짜와 가짜 문서가 뒤섞여 전파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후폭풍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량 해킹 행태와 과정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 핵심 사의 이메일 유출과 흡사해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웹 분석회사 트렌드마이크로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민주당 해킹을 주도한 러시아 크렘린궁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위협 그룹 ‘APT28’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유출된 문서 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엑셀 러시아어판이나 러시아어 사용 컴퓨터로 편집된 흔적이 발견됐다.

 마크롱 캠프의 디지털 디렉터 무니르 마주비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수천 번의 해킹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시도 역시 러시아가 후원하는 해커그룹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비판적인 마크롱의 당선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현실화됐다는 추정이다.

 뉴욕타임스는 극우 성향인 르펜의 당선을 바라는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유출된 문서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것은 미국 극우 잡지 ‘반란’(The Rebel)을 내는 친트럼프 활동가 잭 포소비엑이었다.

 르펜 캠프 진영과의 연계 여부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르펜은 3일 TV 토론 때 넌지시 “마크롱 후보의 해외에 숨겨진 계좌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운을 띄웠고 이후 SNS에서는 “마크롱이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바하마에 계좌가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마크롱은 4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르펜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FN 플로리앙 필리포 부총재는 6일 밤 12시를 2분 앞두고 “마크롱 리크스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던 조사가 드러나는 것인가?”라는 글을 올려 마크롱과 관련한 뭔가 숨겨진 내용이 있는 것 같은 연막을 피웠다.

○ 마크롱 막판 유력하나 투표율이 변수

 해킹 파동에도 여러 지표를 감안한 최종 판세는 마크롱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5일 3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르펜을 24∼26%포인트 차로 앞섰다. 최대 변수로 여겨졌던 3일 양자 TV 토론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압도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분위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입소스와 함께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지난달 30일보다 4%포인트 오른 63%를 얻어 4%포인트 빠져 37%에 그친 르펜을 크게 앞섰다.

 마크롱은 이미 집권 이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는 5일 RTL 인터뷰에서 “이미 총리를 결정했다”며 “6월 총선에서 ‘앙마르슈’를 다수당으로 이끌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인물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프랑스 언론들은 대선에 세 차례나 출마했던 중도파의 거물 프랑수아 바이루 전 교육장관이나 중도와 좌파 진영에 신망이 높은 장이브 르 드리앙 현 국방장관 등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마지막 최대 변수는 역시 투표율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해 화제가 됐던 프랑스 물리학자 겸 여론 분석가 세르주 갈랑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마크롱 지지자들의 소극적인 투표로 기권이 높을 경우 간발의 차로 르펜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기권 의사를 밝힌 유권자가 25%에 달해 투표율이 낮으면 충성도가 높은 르펜이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프랑스 북부 소도시 브라셰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던 르펜은 4일 북부 소도시 솜 지방 방문으로 8개월의 대선 대장정을 마감했다. 캠페인 시작과 끝 방문지로 모두 FN 강세 지역이자 낙후된 지방 소도시를 선택했다. 그는 “잊혀진 프랑스를 되찾겠다”며 프랑스를 이끌고 있는 엘리트 중심의 세계화를 비판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친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을 대변하는 마크롱은 주로 도시 고학력 고소득 유권자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르펜은 지방 저학력 저소득 실업자 25세 미만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