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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인’ 넘는 北-中, 중국 이러다 또 물러설 건가

‘레드 라인’ 넘는 北-中, 중국 이러다 또 물러설 건가

Posted May. 05, 2017 07:15,   

Updated May. 05, 20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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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대북제재 공조에 나선 것은 “조중(북-중) 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또 “조중 관계의 ‘붉은 선’(레드 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이 알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북이 중국을 직접 거명해 ‘배신’ 운운하며 격렬하게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이 발끈한 것은 지난달 6,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시 대북 원유공급 대폭 축소 방침을 밝히는 등 압박을 크게 강화한 데 따른 듯 하다. 북은 심지어 25년 전 한중수교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까지 끄집어내며 해묵은 불만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하지만 중국 관영언론 환추시보도 4일 ‘중조우호조약이 계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사설에서 “조약의 취지는 양국의 우호협력과 지역평화,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은 이런 취지에 어긋난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간 북이 무슨 짓을 해도 일방적으로 감쌌던 중국의 태도 변화가 마침내 북핵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북에 대한 전략적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면 고무적인 일이다.

 1961년 7월 김일성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서명한 북-중 조약 제 2조는 ‘체약 일방이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환추시보를 통해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해도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중 관계의 핵심고리인 우호조약의 성격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북이 중국에 거칠게 항의하는 것은 대북 제재가 실효를 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비롯해 더욱 확실하게 고삐를 죈다면 김정은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에도 미국에 협조하는 시늉만 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의 체제 붕괴로 주한미군과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이 북의 핵 개발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이 자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보고, 북핵 폐기를 외교전략의 첫 번째 목표로 상정했다.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 협상 등 대화를 통한 현상유지를 원하겠지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미국 대중(對中)압박은 물론 북 선제타격 위협은 상존한다. 중국은 적어도 북핵 폐기 문제에서는 한미일에 공조를 맞춰 국경이 접한 ‘시한폭탄’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중국은 북-중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김정은의 핵보유국 야망을 꺾을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