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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앞둔 문예진흥기금, 체육-관광기금으로 채운다고?

고갈 앞둔 문예진흥기금, 체육-관광기금으로 채운다고?

Posted May. 03, 2017 07:10,   

Updated May. 03, 20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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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광 여유기금의 전출을 통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겠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고 지원과 공공기금 간 전출입 제도를 활용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확충하겠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난달 25일 한국문화정책학회가 주최한 차기 정부 문화정책 토론회에서 각 후보 진영이 밝힌 공약 중에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 확충 방안이 눈길을 끌었다. 문예기금이 2018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분야 창작 지원을 위한 정부 기금인 문예기금은 2003년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입장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던 기금 모금 방식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재정 확충 없이 사업비 부족분을 문예기금 적립금에서 사용해왔다. 결국 2004년 5273억 원에 달했던 문예기금은 10년 새 90% 감소했고, 올해 잔액은 고작 422억 원에 그치고 있다. 내년에는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관광 기금의 전출을 통해 문예기금을 확충하겠다는 문, 안 후보의 공약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러나 이미 지난 2년간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관광기금에서 매년 500억 원씩 전출해 문예기금에 임시로 충당해왔다. 더구나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관광 기금은 현재 제 살림 꾸리기도 바쁜 상황이다. 체육기금은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 예산으로 3472억 원을 집행하는 등 역대 최고액인 1조3243억 원을 지출했다. 관광기금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관광업계 타격 지원책으로 지난달 25일 역대 최대 규모인 2260억 원의 특별융자금이 집행된 상태다.

 문, 안 두 후보의 기금 확보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이른바 기금 전출을 통한 ‘돌려막기’ 운용을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경우 문예기금 확충에 대한 공약이 아예 없다.

 다른 주요 문화 공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대표적인 문화 공약 중 하나는 ‘예술인 복지’다. 문 후보는 △예술인 실업급여 제도 도입 △예술인보험료 국가 50% 지원을, 안 후보는 △예술인 4대 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정부가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시행 중인 예술인 복지 지원 정책과 큰 맥락에선 크게 다를 바 없다.

 홍 후보가 내놓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이수자 지원 정책은 대표적인 선심성 문화 공약으로 꼽힌다. 특히 136개 종목 총 5744명에 이르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에 대한 교육비 지원 정책 등은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없고, 실효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수자들마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정은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