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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삶을 날줄, 한국 현대사를 씨줄 삼아

어머니 삶을 날줄, 한국 현대사를 씨줄 삼아

Posted April. 18, 2017 11:29,   

Updated April. 18, 20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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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어머니’만큼 부드럽고 친근한 말은 없습니다.”

최근 ‘소띠 엄마의 워낭 소리’(문예출판사•사진)를 출간한 원로 언론인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81)의 어머니에 대한 회고다. 1913년생 소띠인 그의 어머니는 평생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로만 불리면서 희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 어머니를 떠올리면 아들은 솜이불 같은 따뜻함과 포근함,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 책은 여 소장이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쓴 에세이다. 그는 “어머니가 겪은 인고의 궤적을 글로 형상화해 보통 사람의 위대한 어머니로 부활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렇지만 개인적 추억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머니의 일생을 날줄로 삼으면서 저자가 체험한 한국 현대사를 씨줄로 교차시켰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 속에 193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까지의 현대사가 담겼다.

장남인 저자를 깊이 사랑해 젖을 일찍 떼지 않았던 어머니다. 교육열도 뜨거웠다. 일제 말기 대구 수창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는 공부가 하기 싫어 학교에 피란 간다는 핑계를 대고 전학증(퇴학과 같은 의미)을 떼어왔다. 그때 어머니는 툇마루에서 울었다. 그러던 아들이 대구상중 합격 소식을 전하자 툇마루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저자는 “같은 툇마루에서 울고 웃던 어머니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돌아봤다.

모진 고생 속에서 자식들을 키우면서도 늘 강인해 보이던 어머니도 노년엔 쇠약해졌다. 자식에게 “인제 가면 언제 또 올래?” 하면서 아이처럼 매달리고 당부하는 모습에선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흙수저 논란, 광기 어린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혼돈한 세상을 정화하고 인간이 근본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했다는 저자는 “‘어머니의 사랑’이 답”이라고 말했다.

“가정 화목과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모성애 같은 깊고 넓은 사랑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 사랑을 닮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거친 세상을 다듬는 근간이 될 것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