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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의 수준

Posted April. 11, 2017 07:13,   

Updated April. 11,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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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에서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는 게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다.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64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린든 존슨 측은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하나 둘 세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핵무기 발사 카운트다운과 교차 편집하면서 핵폭발과 함께 여자아이가 화면에서 사라지는 선거광고를 만들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배리 골드워터가 집권하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과장된 공세였지만 존슨의 압도적 승리에 큰 보탬이 됐다.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 된다’나 ‘문재인 찍으면 도로 노무현 정권 된다’는 언급은 관점에 관한 것이므로 할 수도 있는 네거티브다. ‘안철수 딸의 재산을 밝히라’든지 ‘문재인 아들의 원서를 내놓으라’는 주장은 검증이므로 의혹이 남지 않을 때까지 주장해야 한다. 다만 ‘대전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천안함 유족을 내쫓았다’느니 ‘신천지 신도 수백명이 당에 가입했다’느니 하는 가짜 뉴스에 기초한 네거티브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것이 걱정이다.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안 한 것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네거티브도 있다. 안 후보가 조직폭력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공세가 그렇다. 정말 조폭인지도 알 수 없지만 정치인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한쪽이 세월호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고 공격하고, 다른 한쪽이 너희도 같은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고 역공세를 펼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네거티브로 매일 아침을 시작하니 굿모닝 대신 문모닝이나 안모닝이니 희화화하는 말까지 들린다.

 ▷자진해서 약점을 말하는 후보자는 별로 없다.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네거티브가 없으면 유권자는 후보자가 전하고 싶은 정보만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네거티브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1963년 대선에서 박정희와 맞붙은 윤보선이 간첩 황태성이 박정희를 만나러 내려왔다가 잡혔다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지 않았다면 유권자는 그 사실을 잘 몰랐을 것이다. 네거티브를 굳이 하겠다면 가치 있는 정보나 관점이 조금은 담긴 네거티브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