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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김구라 아들 아닌 ‘MC 그리’!

Posted April. 03, 2017 07:17,   

Updated April. 03, 20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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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서울 시내로 나온 김동현 씨(19)는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자친구의 사진이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채우고 있었고, 함께 온 친구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변했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를 29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앳된 초등학생 시절, 방송인 김구라의 귀여운 아들로 TV에 데뷔한 그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방송에 나간 것부터 수월하게 소속사에 자리를 잡은 것까지 누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었죠.”

 특히 동현 씨는 아버지와 함께한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지난해부터 출연한 채널A ‘아빠본색’을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았다. “사실 아빠와 같이 출연해도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아빠본색을 하면서 여행, 청소, 운전연수까지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이 생겼죠.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김구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 할 불편과 부정적인 시선 또한 그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인하대 연극영화과 수시 입학 전형에 합격했을 땐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어요. 하지만 입학식 날 만난 친구들이 ‘너는 음악에 연기까지 잘할 테니 잘됐다’고 진심으로 응원해 줬어요. 학교 정문엔 ‘MC 그리(그의 가수 예명) 환영해’라는 펼침막까지 걸렸죠. 처음 걱정과 달리 너무나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한국 나이로 스무 살. 성인이 된 그의 2017년 화두는 ‘독립’이다. 방송뿐 아니라 음악과 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올여름부턴 아버지 집에서 나와 따로 살 계획이에요. MC 그리라는 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 활동도 할 예정이고요.”

 그는 지난달 31일 끝난 Mnet ‘고등래퍼’를 통해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그동안 갈고닦아 온 랩 실력을 뽐냈다.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출연 전엔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만 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하지만 매주 치열한 서바이벌 방식을 거치면서 제 실력의 한계와 성장을 동시에 느낀 짜릿한 경험을 했죠.”

 그는 곧 새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데뷔 곡 ‘열아홉’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가정사 등을 다룬 가사가 호응을 얻으며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아버지를 언급하거나, 일부러 지우려 하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제 삶을 표현할 겁니다. 앞으로 김구라의 아들이 아닌 ‘MC 그리’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