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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구속영장 청구한 檢, 조직 살리려 법원에 떠넘기나

朴구속영장 청구한 檢, 조직 살리려 법원에 떠넘기나

Posted March. 28, 2017 07:30,   

Updated March. 28, 20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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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한 혐의 등이 매우 중대한데다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 청구 이유로 들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는 최순실 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 등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들과도 형평성이 맞아 일견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죄로 이첩한 피의자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하지 않기가 어려운 검찰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구속 수사는 혐의가 소명됐다는 전제 하에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한다. 전직 대통령의 도주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검찰은 중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수사개시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공범들이 모두 구속돼 수사를 받는 터에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까지 나온 뒤다.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인멸할 큰 증거가 남아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10일까지만 해도 대통령 신분이었기 때문에 강제수사를 할 수 없었다. 당시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속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 와서 구속 수사를 한다는 것은 구속을 중대 범죄혐의자에 대한 사전 처벌 정도로 여기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다.

 여론에서는 구속하자는 의견이 구속하지 말자는 의견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속은 여론에 따라 결정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검찰은 이미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해 필요한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다.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를 입히거나 포승줄로 묶어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게 하는 조치가 몇 번 더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현 시점에서 수사에 무슨 실익을 주는지 알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죄가 있으면 법원에서 판결을 한 뒤 수감하면 된다. 그것이 정의의 실현이다. 구속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정의의 실현과는 상관이 없다.

 검찰은 이미 최 씨 국정농단 수사를 미적거리다 차기 정권에서 조직의 사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태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구속 여부를 법원에 떠넘겼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법원은 이미 공범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한 이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를 거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국가를 존망의 위기에 빠뜨린 쿠데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는 판결 때까지 미뤄 최대한 신중히 결정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