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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가 반한 ‘한국산 로봇’

Posted March. 23, 2017 07:12,   

Updated March. 23, 20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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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여름방학에 맞춰 한국 최초의 로봇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가 개봉됐다. 꼬마 관객들은 키 56m 몸무게 1400t의 거대 로봇이 하늘을 날며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장면에 열광했다. 일본 ‘마징가 Z’가 작동명령에 따라 무기를 사용한다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은 주인공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움직이는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였다. 이 영화의 폭발적 인기로 ‘태권V=한국 로봇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로봇업체 한국미래기술의 임현국(44) 대표도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로 시작하는 주제가의 첫 소절만 나와도 가슴이 뛰는 사람이다.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컴퓨터 특성화고교 대구상고에 진학했고 태권V 같은 로봇을 현실로 재현해냈다. 영화 ‘트랜스포머’ 제작에 참여한 로봇전문가 비탈리 불가로프와 손잡고 거대 로봇 ‘메소드-2’를 개발한 거다.

 ▷메소드-2가 태권V를 뛰어넘는 스타가 될 수 있을까. ‘2017년 세계 억만장자’ 3위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20일(현지시간) 메소드-2의 몸 속에 들어가 조종한 소감을 트위터에 올렸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전문가 몇몇만 초청해 마련하는 ‘2017 마스 콘퍼런스’에서다. “한국미래기술 덕분에 방금 놀랍고 어마어마하게 큰 로봇을 직접 조종했다”며 “마치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SF영화 ‘에이리언’의 주인공 시거니 위버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팔을 들어올리면 로봇의 거대한 팔이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유투브에 공개됐다.

 ▷사람이 탈 수 있는 로봇은 2012년 일본이 처음 선보였다. 키 4m, 무게 4.5t의 로봇은 4개의 다리에 바퀴를 달고 있다. 2년 뒤 미국이 개발한 로봇의 다리에도 궤도가 장착됐다.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아도 ‘메소드-2’는 로봇 기술에서 최고 난이도로 꼽히는 직립 보행이 가능하다. 방대한 과학기술이 집약된 로봇은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이 만든 ‘메소드-2’가 로봇강국의 꿈을 향한 씨앗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