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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탈북 30대 간첩 검거

Posted August. 29, 20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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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씨가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탈북자 명단 등을 제공한 원 씨의 애인인 육군 대위 황모(26) 씨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 등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됐다.

합수부는 원 씨에게 간첩활동을 지시하면서 공작금을 건네고, 각종 정보를 중국에 있는 재중 북한 보위부 지부에 전달한 원 씨의 계부 김모(63) 씨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합수부에 따르면 원 씨는 1998년 12월 보위부 공작원으로 공작기본 교육을 받고, 중국 지린() 성 일대에서 탈북자를 북한으로 납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2000년 9월경 남파 지령을 받고 조선족 김혜영 명의로 신분을 세탁한 뒤 2001년 10월 조선족을 가장해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목적으로 내세워 입국했다.

입국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원 씨는 한 달 뒤 이혼을 하고,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 귀순했다. 이어 그는 군부대에서 반공 안보강연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황 대위 등 경기 북부지역 군부대의 정훈장교 3, 4명과 사귀면서 군사기밀 등을 빼냈다고 합수부는 밝혔다.

원 씨는 탈북자 단체 간부들과도 접촉해 남한에 귀순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중요 탈북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해 북측에 제공했다.

원 씨가 북측에 제공한 정보는 군부대와 국정원 등 국가 주요 시설 위치 탈북자 적응기관인 하나원 동기 및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 명단 대북정보요원의 인적사항 및 군 장교의 명함과 사진 등이다.

북측은 원 씨가 보낸 군 장교들의 명함에 적힌 e메일 계정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원 씨는 정부기관의 대북 정보요원 이모, 김모 씨 등을 살해하라는 지시와 함께 암살 도구인 독약과 독침 등을 북측에서 건네받았지만 시도하지 않고 포기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원 씨는 지난해부터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위치 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 센다이()로 출국해 공작 활동을 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원 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군사 기밀을 관리하는 군 장교 등에게 접근했으며, 구속된 황 대위와는 동거까지 하는 등 간첩 공작을 위해 성()까지 이용했다고 말했다.

원 씨는 탈북자 출신이면서도 대북 무역사업을 하고, 군 장교들과 꾸준히 교제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과 기무사에서 2005년 3월부터 3년여 동안 내사를 벌인 끝에 원 씨의 간첩활동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달 15일 검거된 원 씨는 처음에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최근에는 간첩활동을 한 사실을 대부분 시인하고 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합수부의 김경수 수원지검 2차장은 탈북 위장 간첩은 북한 말씨를 쓰면서 남한 사정에 다소 어둡더라도 의심을 받지 않아 간첩활동이 가능했다면서 일부 탈북자 중 간첩이 존재한다는 의심이 있었을 뿐 별다른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그 실체가 드러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정원수 전지성 needjung@donga.com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