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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례없는 모든 입국자 무료 진단검사...재정•의료 과부하 경계해야

세계 유례없는 모든 입국자 무료 진단검사...재정•의료 과부하 경계해야

Posted March. 24, 2020 07:55,   

Updated March. 24, 20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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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발(發)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 첫날인 그제 유럽에서 인천공항으로 1442명이 입국해 152명(10.5%)의 코로나19 유증상자가 추려졌다. 발열 기침 등을 보인 유증상자는 공항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은 지정된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받았다. 확진자는 경증인 경우 생활치료센터로, 중증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내국인이나 장기 체류 외국인은 14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막대한 의료인력과 행정력,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함에 따라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검사로 방역의 고삐를 죈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최근에는 미국내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미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강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신규 확진자 중 미국이 유럽을 넘어서는 상황이라 미국 입국자들에 대한 검사는 빨리 시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북미발 입국자는 하루 3000명 안팎으로 유럽의 2∼3배에 달한다. 공항 내에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40여 개를 설치하고, 인근 도시에 임시생활시설도 추가로 확보한다고는 하지만 막대한 행정 의료 재정이 소요되는 작업이어서 우리 방역시스템에 과부하가 거릴 우려가 크다.

 바이러스 차단에 검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유입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사업이나 공무, 학업 등 불가피한 이동은 가능하도록 하되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불필요한 이동을 삼갈 수 있도록 출입국이 가져다주는 불이익을 크게 할 필요도 있다. 일본은 어제 한국 중국에 이어 미국발 입국자들에 대해서도 26일부터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공항에서부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고 자비를 들여 2주간 지정장소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가중시키는 전략이다. 

 우리 국민은 근 한달째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해외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이라는 1차적인 불씨가 잡히지 않는다면 이같은 노력은 보상받기 어렵다. 최근 대구에서 폐렴이 악화돼 숨진 17세 소년의 사례를 보면 자국민도 코로나 아니면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로 우리 의료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려 있다. 한국의 재정과 의료역량이 하루 수천명의 입국자들에 대해 무제한 전수검사와 무상 치료가 가능할 정도가 되는지, 우리 방역정책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설정되어있는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