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절친 작가 4人의 ‘4색인도 드로잉’

Posted March. 19, 2020 07:54,   

Updated March. 19, 2020 07:54

ENGLISH

 “인도 라자스탄주 사막엔 가물 때 사용하는 우물이 남아 있다. 심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 인생도 이 우물과 비슷하지 않은가.”(강경구 작가)

 강경구 김성호 김을 안창홍. 4명의 60대 ‘절친’ 작가들은 올해 초 인도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1월 6일부터 22일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자이푸르, 자이살메르를 지나 타르 사막에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편한 관광지보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장과 어렵게 사는 서민들의 삶을 찾았다. 낮에는 함께 여행하다 밤이면 각자의 방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던 네 작가의 결과물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만날 수 있다.

 18일 시작한 ‘라자스탄의 우물’전은 ‘아트스페이스 보안1’(구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1942년 지은 오래된 여관 건물의 뼈대 위에 드로잉이 다닥다닥 붙어 현장감이 느껴진다. 같은 풍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네 작가의 시각언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안창홍 작가는 “하필이면 여행할 무렵 121년 만의 한파가 몰아쳐 추위로 고생했다”고 했다. 여러 점의 드로잉 중에 소의 탈을 쓴 사신이 칼을 들고 목을 노리는 모습이나 검은 눈물을 흘리는 자화상이 보인다. 낯선 여행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후회도 하면서 찌꺼기를 내보내는 모습이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득 채운 강경구 작가의 ‘18시간’ 역시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담는다. 여행 막바지 예매한 1등석 티켓이 예고 없이 취소되면서 3등 칸을 겨우 얻어 타 시장 바닥 같은 기차에서 섰다 앉았다를 18시간 동안 반복했다. 자이살메르에서 델리까지 900km를 주파하는 열차였다. 강 작가는 “국내에선 6·25전쟁 직후에나 볼 법한 밑바닥 삶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함축한 자화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을 작가의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설치작품, 김성호 작가의 수채화 드로잉도 함께 전시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작가들이 수집하는 각기 다른 이미지의 편린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4월 4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