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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첫 챔피언 오른 임성재

Posted March. 03, 2020 07:52,   

Updated March. 03, 20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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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쁩니다.”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50번째 경기에서 우승 갈증을 처음 풀어낸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국민에게 희망의 선물을 안긴 뒤 이렇게 말했다. 난도 높은 코스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그를 본 팬들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선보이며 정상에 오른 박세리(43)처럼 임성재가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환호했다.

 임성재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에서 끝난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전체 투어 선수 중 가장 많은 35개 대회에 출전(톱10 7회)하며 ‘아이언맨(철인)’이라는 별명과 함께 아시아 선수 최초로 신인왕에 오른 그는 ‘옥에 티’와 같았던 무관의 설움을 떨쳐냈다. 임성재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강성훈에 이어 한국인 7번째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선두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임성재는 11번홀까지 버디 5개(보기 1개)를 쓸어 담아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12, 13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4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까다롭기로 소문난 베어트랩(15∼17번홀)의 15번홀과 17번홀(이상 파3)에서 모두 2m짜리 버디를 낚아 다시 단독 선두(6언더파)가 됐다.

 18번홀(파5)에서 임성재는 세 번째 샷을 너무 짧게 치는 바람에 벙커에 빠뜨리며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타수를 잃을 경우 17번홀에서 16.3m짜리 장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1타 차로 추격해온 매켄지 휴스(캐나다·2위),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등에게 위협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성재는 그림 같은 벙커샷으로 공을 핀 70cm 거리에 붙인 뒤 파를 세이브했다. 먼저 경기를 마친 뒤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하며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임성재는 마지막 추격자 플리트우드(3위)가 18번홀에서 버디를 놓치며 자신의 우승이 확정되자 캐디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임성재와 경쟁했던 휴스는 “나는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이었지만 임성재는 기계처럼 정확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승 상금 126만 달러(약 15억500만 원)를 받은 임성재는 상금 순위 3위가 됐다. 또한 페덱스컵 포인트에서도 저스틴 토머스(미국)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임성재는 미국에 집을 구하지 않고 호텔과 에어비앤비 숙소 등을 옮겨 다니며 투어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준우승에 그친 뒤 호텔로 돌아가 굵은 눈물을 흘렸던 그다. 하지만 이번 호텔은 그에게 ‘눈물 젖은 숙소’가 아니었다. “오늘 밤은 호텔 등 제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