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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된 항구

Posted December. 28, 2019 08:00,   

Updated December. 28, 2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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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이룩했다. 경제성장의 이면엔 세계와의 통로가 돼준 항구와 해운업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봐도 경제가 발전한 나라에는 영국의 리버풀, 미국의 볼티모어, 일본의 요코하마 등 항구를 끼고 수도 못지않게 발전한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부산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하지만 항구는 과거의 찬란했던 위용을 잃고 이제 도시 외곽으로 빼내야 하는 애물단지로 변해가고 있다. 항구가 주는 경제적 이점보다 물류 수송 과정에서 오는 위험성과 환경적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가 2524t이고 부산은 그보다 많은 2544t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했다.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인구로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인구가 400만 명에 못 미치는 부산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1000만 명의 거대도시 서울보다 더 많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수치다.

 오염원으로서 항구의 영향은 항구 도시 간의 비교로 더 명확히 볼 수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총 4만9842회 선박이 드나들며 국내 1위의 물동량을 기록한 부산에서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51.4%가 선박에서 발생했다. 2위 인천이 1만8118회의 선박이 드나들며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14.1%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그렇다면 항구는 왜 미세먼지의 주범이 된 것일까? 항구를 애물단지로 만든 것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이 ‘범인’이다.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다량의 황이 함유된 벙커C유 등 저급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선박과 차량이 동일한 양의 연료를 연소할 때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의 양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양의 3500배에 달한다. 대형 크루즈선은 한 척이 디젤 차량 350만 대분에 달하는 이산화황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차량이나 선박의 내연기관이 연소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황은 대표적인 미세먼지 유발 물질이다.

 또한 해안가의 기상적 특성도 항구 도시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항구가 위치한 해안가의 경우 낮에는 육지가 바다보다 빠르게 가열돼 발생하는 상승기류에 의해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해풍이 발생한다. 반대로 밤에는 육지가 더 빠르게 식어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부는 육풍이 발생한다. 하지만 낮보다 밤의 온도 차가 적어 육풍의 세기는 해풍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문제는 이 차이가 선박에서 발생시킨 오염 물질을 꾸준히 해안가에 쌓는 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선박의 공회전을 줄이기 위한 육상전원 공급설비 설치나 항구 내 선박의 저속 운행 등 항구 특성에 맞는 미세먼지 대책이 세워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항구도시의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서는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원 관리뿐 아니라 해안의 기상 특성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최근 울산이 항구의 날씨와 공기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는 항만해양 기상솔루션을 구축했다. 이처럼 날씨와 공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항구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 부산항이 세계 10대 오염항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성경기자 tjdrud030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