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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찰기 연일 한반도 출격...北, 미사일 발사용 패드 수십곳 증설

美정찰기 연일 한반도 출격...北, 미사일 발사용 패드 수십곳 증설

Posted December. 03, 2019 07:15,   

Updated December. 03, 20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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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내 미사일 발사 징후 등 대북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정찰기가 연일 한반도에서 작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한 미사일 시험발사 시 사용하는 콘크리트 패드를 증설 중인 사실도 알려지면서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 특수정찰기 RC-135W(리벳 조인트) 1대가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이 정찰기는 통신·신호정보 수집 및 분석이 주요 임무로 북한 전역의 미사일 등 발사체 발사 준비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이어 또다시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현이 잦아지면서 북한 내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은 지난달 30일에도 전략정찰기 U-2S를 사실상 군사분계선 일대 전역 상공에 출격시켜 대북 감시 비행을 했다. 앞서 초대형 방사포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8일에는 조인트스타스(E-8C)와 EP-3E 등 정찰기 2종이, 27일에는 RC-135V가 출격했다. 민간 군용기 추적 사이트에 의해 항적이 확인된 것만 해도 최근 일주일 내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이 5건에 달한 것.

 군 관계자는 “미군 정찰기는 한 달에도 수십 차례 한반도에 출격해 비공개 작전을 한다”면서도 “다만 이번처럼 항적이 계속 드러나는 건 이례적이어서 미국이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TEL 이용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콘크리트 패드 증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부분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일 “북한이 올여름부터 콘크리트 패드를 전국 수십 곳에서 증설하고 있다”며 “최근 집중적으로 증설된 콘크리트 패드는 가로세로가 모두 수십 m 크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주로 비행장, 고속도로 등 이미 콘크리트가 매끈하게 깔려 있는 곳을 택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왔다. 그러나 야지(野地)에서 이동식 발사를 할 경우 지반이 약해 발사 충격으로 지반이 꺼지거나 미사일이 균형을 잃으면서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패드를 설치하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콘크리트 패드를 무작위로 증설해 버리면 한미 군 당국 입장에선 집중 감시해야 하는 지역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어서 대북 감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연말까지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이동식발사대를 이용한 추가 도발에 나서거나 이미 추가 도발 준비를 마쳤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시한을 연말이라고 제시한 만큼 우선 연말까지는 협상의 판을 깨는 ICBM 발사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준ICBM ‘화성-12형’(최대 사거리 5000km)을 쏘며 연말 전 막판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11월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겨냥해 “진짜 탄도미사일이 무엇인지 아주 가까이서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만큼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게 하는 방식으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7년 8월과 9월 이런 방식으로 ‘화성-12형’ 도발을 감행해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내년 김정은 신년사 발표에서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뒤 ICBM 도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다만 그 전까지는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도발 수위를 조절하되 위협 수위는 단계적으로 올리며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