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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前사령관 “한미일 3각동맹, 탈선하는 열차 같아”

블레어 前사령관 “한미일 3각동맹, 탈선하는 열차 같아”

Posted November. 29, 2019 07:29,   

Updated November. 29, 20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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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탈선하는 열차 사고 현장을 보는 듯하다.”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및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 등으로 인해 한미일 3각동맹이 흔들리는 현재 상황을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사진)은 이렇게 묘사했다.

 블레어 전 사령관은 27일(현지 시간)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기고한 ‘미국 한국 일본의 정치력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글에서 “과거 한국 미국 일본이 공유했던 가치와 이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3국 정상은 동맹을 약화시킬 정도로 국내의 정치적 의제들을 밀어붙이는 것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 데는 미국 한국 일본 모두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3국의 연대책임론을 강조했다. 블레어 전 사령관은 미 국가정보국장(DNI)을 거쳐 현재 사사카와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사사카와재단은 일본 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최대 공익재단이다.

 그는 한국 사례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전임자들이 거의 해결 직전까지 갔던 역사 문제로 일본과 싸우고 전략적 중요성이 제로인 작은 섬에 대한 영토 문제를 부각시키길 택했다”고 했다. 다만 블레어 전 사령관의 이런 지적은 동아시아 안보전략 차원에서 한일 역사 갈등을 과소평가하는 미국의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선 “과거 식민 지배국으로서 알맞은 겸손과 너그러움, 상상력으로 해결책을 이끌기보단 역사 문제에 대해 자기변명적이고 형식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동맹 억지력을 보강하는 군사훈련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안전보장을 약화시킨다”며 “동시에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군 주둔, 미국의 자체 이익에 기반한 미군 주둔 비용 지불액 300%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3국은 어느 때부터인지 적에게만 이득이 되는 파괴적인 정책을 거리낌 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레어 전 사령관은 “단기적으로 보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 장기적으로는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중국의 부상, 더 나아가 러시아 독재정부 등이 3국 동맹을 위협하는 적들”이라고 평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