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北도발 감추다 시늉만 항의...저자세는 도발 수위만 높인다

北도발 감추다 시늉만 항의...저자세는 도발 수위만 높인다

Posted November. 27, 2019 07:24,   

Updated November. 27, 2019 07:24

ENGLISH

 국방부는 북한이 23일 백령도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한데 대해 그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0여km 떨어진 곳에서 실시된 포탄 실사격 훈련은 명백히 9·19 합의 위반인데도 이틀이나 지나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나마도 매일 두 차례 갖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정기통화’를 통해서 항의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이틀 후 북한 언론이 먼저 보도하고 나서야 공개했다. 

 23일은 연평도 포격 9주년이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이 결정된 다음날이다.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해온 북한이 연장이 결정되자 김정은까지 참관해 목표물 타격 훈련을 벌이며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개막일에 훈련 사실을 공개한 것도 아시아 10개국 정상들에게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놓고 약속을 팽개치면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벌인 것은 것은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탓이 크다. 올해 5월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때 국방부는 ‘전술유도무기’라며 ‘미사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올해 12차례 다양한 사거리의 중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사격 훈련이 있었으나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단 한건의 군사합의 위반도 없었다”고 했으나 이번 포격 훈련으로 무색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달 초 어선을 타고 내려온 북한인 2명을 서둘러 강제 송환하는 등 북한을 의식한 저자세를 고수하는데도 북한은 갈수록 남측을 무시하고 모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올수 없으면 특사만이라도 보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공개한 것은 남측을 대화 파트너로 여기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거절선언이나 다름없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이지만 전략도 수단도 없이 지나치게 저자세로매달리다보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사문화된 9·19 합의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안보 위협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