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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현대차, 일 장악한 동남아시장 공략 시동

정의선의 현대차, 일 장악한 동남아시장 공략 시동

Posted November. 27, 2019 07:24,   

Updated November. 27, 20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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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 장악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차세대 전략거점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다.

 지난해 9월부터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전 세계에서 연간 95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착공해 2021년 말까지 연간 15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향후 25만 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2억7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약 115만 대의 차가 판매됐다. 경제도 연 5% 수준에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 위치한 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약 316만 대에서 2026년 약 4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지역은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돼 왔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에 걸친 시장 조사를 거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세안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활용하면 아세안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지역 안에서 완성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아세안 지역은 물론이고 호주와 중동에까지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본계 브랜드가 인도네시아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의 벽이 높고 견제도 많지만 가격과 품질이라는 현대차의 장점을 살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아세안 전략 모델로 투입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결정을 중국 시장의 부진을 돌파하려는 정 수석부회장의 승부수라는 면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 대가 넘는 차를 판매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벌어진 2017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는 100만 대 전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자체가 침체된 중국 시장은 단기간에 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생산 기지를 구축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주요 시장의 남은 ‘여백’을 채웠다고 보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꾸준히 성장하는 아세안 지역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유일하게 생산기지가 없던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 브랜드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형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