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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서 약점 잡힐라...과거사 지우기 나선 블룸버그

대선서 약점 잡힐라...과거사 지우기 나선 블룸버그

Posted November. 19, 2019 07:40,   

Updated November. 19, 20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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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채비를 마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7·사진)이 17일 시장 재직 중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했던 ‘불심검문(stop-and-frisk)’ 정책을 공식 사과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의 대형 흑인교회 ‘크리스천 문화센터’에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를 여러분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불심검문의 주요 대상이 흑인과 라틴계였다. 여러분 중 일부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200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3선(選) 뉴욕시장으로 재직한 그는 경찰이 거리에서 임의로 시민들의 몸을 수색할 수 있도록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을 시행해 유색인종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기간 뉴욕 경찰이 수백만 건의 불심검문을 자행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후임자인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은 2014년 취임 후 이를 폐지했다.

 이번 연설은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민주당 후보 경선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뒤 행한 첫 연설이다. 그는 최근 남부 앨라배마주와 아칸소주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는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에 전격적인 사과가 유색인종 유권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재임 중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생명을 구하는 효과적 수단”이라며 이 정책을 정당화했던 그의 과거 태도와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는 점에서다.

 NYT는 “시장 재직 시에는 불심검문 정책이 지지율에 도움을 줬을지 모르나 내년 대선에서는 주요한 약점이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의 뜻을 잘 굽히지 않았던 블룸버그의 놀라운 양보였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액시오스 등도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합류할 것이란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출마 선언 전후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과거사 지우기’ 움직임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8월 자신이 미국 원주민 후손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선거전에 ‘원주민 핏줄’을 이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올해 초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1970년대 미국 흑백 분리주의 상원의원들을 칭찬했던 과거를 사과했다. 

 정작 이런 과거사 세탁이 실제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사과 전화를 받은 흑인 인권지도자 앨 샤프턴 목사는 NYT에 “한 번의 사과로 용서하고 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