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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첫 SF영화 인기 끌자 “시진핑 사상 구현” 칭송

中, 첫 SF영화 인기 끌자 “시진핑 사상 구현” 칭송

Posted February. 12, 2019 07:57,   

Updated February. 12, 20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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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초의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영화 ‘류랑디추(流浪地球)’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중국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인류운명공동체’ 사상을 구현한 영화라고 치켜세우고 나섰다. 영화 자체에 중국인이 세계를 구한다는 중국 중심주의가 배어 있지만 SF 영화마저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류랑디추는 춘제(春節·한국의 설)인 5일 개봉한 뒤 연휴가 끝난 11일까지 4582만3000명이 관람해 21억7200만 위안(약 3602억 원)을 벌어들이는 등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줄거리는 태양이 급속하게 팽창해 태양계를 집어삼킬 위기에 처하자 인류가 지구에 1만 개 이상의 ‘엔진’을 장착해 태양계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엔진이 중지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중국인 주도로 극복해 내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류랑디추가 큰 인기를 얻자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례적으로 영화를 집중 보도하면서 “춘제의 독특한 문화현상이 됐다”며 “중국의 가치관과 상상력이 영화에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중국인뿐이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다른 기사에서는 “류랑디추에서 두드러진 것은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보여주고 있는 주도적 역할”이라며 “훨씬 더 자신감 있는 대국의 마음 자세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이 연상된다. 류랑디추는 때를 잘 만났다”고도 지적했다.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미국과 달리 글로벌 협력을 중시하는 중국의 가치관을 류랑디추가 보여줬다는 주장인 셈이다.

 펑파이(澎湃)신문은 “중국인이 (지구를 구하는 데) 확실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역할)을 빠뜨리지 않았다. 국가 경계를 넘은 인류정신에 근거해 진정한 인류 운명공동체의 깊고 원대한 역사적 명제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고 치켜세웠다.

 CCTV는 최근 “수년간 중국 SF의 굴기는 국가 전체 과학기술 실력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중국이 잇따라 성공한) 유인 우주비행, 달 탐사 등이 SF에 대한 전 국민의 열정을 키우고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의 트위터)에는 CCTV가 류랑디추 현상을 보도하자 “(이 영화는) 인류 운명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선전 자료”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웨이보에는 “공산당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인쇄된 영화 티켓 사진도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