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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되찾은 ‘조선 1위’...해양플랜트 부진 해결이 숙제

7년 만에 되찾은 ‘조선 1위’...해양플랜트 부진 해결이 숙제

Posted January. 01, 2019 07:58,   

Updated January. 01, 20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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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 조선 해양.”

 현대중공업이 2019년 사내 슬로건으로 선정한 문구다.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해에도 세계 1등 조선 국가로 발돋움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8년은 한국 조선 업계엔 뜻 깊은 한 해였다. 2012년 ‘세계 조선 1위’(수주량 기준)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이후 6년 만에 세계 1위 타이틀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약 260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정점이던 2007년의 약 28% 수준으로 여전히 불황이지만 그럼에도 수주량 1위를 되찾은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성과다.

○ “새해 봄 기다린다” 

 2018년 마지막 날에도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 있는 7개의 독(배를 만드는 작업장)은 모두 선박 건조가 한창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목표 수주액인 132억 달러(약 14조6718억 원)를 달성했다. 2017년도 수주액(99억 달러)보다 약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삼성중공업도 31일 2090억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해 2018년 목표의 80%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여전히 2011∼2015년 평균 수주액인 189억 달러(약 21조73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조선업계에 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3사는 특히 고급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은 총 59척이었는데, 이를 현대중공업그룹이 24척(삼호중공업 12척 포함),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8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209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조선업은 휘청거렸다.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2000년 이후 한국을 제치고 급격히 성장해 왔지만, 인건비 증가와 더불어 품질과 기술력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중국 조선소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적한 과제는 여전 

 전문가들은 조선업이 반등하는 것은 맞지만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고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송년사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발주 시황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해양공장 일감 확보, 선박 건조 손익 개선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 절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의 고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건 4억5000만 달러(약 5004억 원) 규모의 ‘킹스 키 프로젝트’를 수주한 현대중공업 단 한 곳뿐이다. 한 대형조선소 관계자는 “유가가 안정적이어야 발주처에서도 비용 등을 고려해 발주를 할 텐데, 유가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해양플랜트 발주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 한국 조선사들의 인건비가 높은 것도 수주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 협회 상무는 “해양플랜트는 수주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회복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소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강재종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상무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하고 있는 대형 조선사들은 새해에도 정상화 속도를 높이겠지만 중국과 경쟁하는 중소 조선사들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조선사들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해외 수주도 어려울뿐더러 벌크 등 기술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선박의 경우엔 중국에서 만드는 선박 가격이 싸기 때문에 중국으로 발주가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