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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이 끊기자, 일상이 멈췄다…‘IT 초연결사회’의 역풍

통신이 끊기자, 일상이 멈췄다…‘IT 초연결사회’의 역풍

Posted November. 26, 2018 07:31,   

Updated November. 26, 20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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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 난 건 빌딩 한 채였지만 서울의 주말이 속수무책 어그러졌다. 24일 서울 중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KT아현지사에서 일어난 화재는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영등포구 등 6개 구와 경기 고양시 일부까지 먹통으로 만들었다. 휴일 오전 집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은 꺼진 TV와 끊긴 인터넷에 큰 불편을 겪었다. 휴대전화와 카드 단말기로 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과 택배기사 등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25일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마비된 일상으로 도배됐다. 가게에는 카드 결제가 안 돼 현금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렸고 미처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은 KT가 아닌 통신망을 쓰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 거리를 헤맸다. 첫눈이 내린 주말 연인, 친구들과 신촌, 홍익대 앞 등에서 약속을 잡은 이들은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로 발을 굴렀다. PC방과 게임방 등은 강제로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전파 송출을 일주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태는 정보기술(IT)이 진화해도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허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경고’였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는 자율주행차와 스마트공장까지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로 경찰 통신망 일부가 마비되고, 통신구에 스프링클러 없이 소화기 1개만 비치돼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유사시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서울시, KT 등은 사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통신망 복구와 피해 보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 복구까지 1주일가량 더 소요되는데 우회로를 통한 통신 품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