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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 김정은의 북핵 완성을 후임자에게 물려줄 참인가

오바마 , 김정은의 북핵 완성을 후임자에게 물려줄 참인가

Posted September. 12, 2016 06:51,   

Updated September. 12, 20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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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아시아 외교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새로운 제재 등 중대한 추가 조치들을 취하기로 한국 일본 정상들과 동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2차 핵실험부터 이번까지, 임기 중 네 차례의 핵실험이 벌어질 때마다 북을 비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성명과 제재 결의 채택을 주도한 지금까지의 패턴과 다르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결과적으로 오바마는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공산이 크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관해 먼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취임 2개월 여 만인 2009년 4월 북이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5월엔 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뒤로 미뤘다. 2012년 2월 29일 북의 핵 활동 중단과 대북 식량제공 등을 연계한 합의를 하기도 했으나 북이 그해 4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를 발사하면서 그마저 깨졌다.

 최근 뉴욕 타임스가 “제재를 넘어 항구적인 해법은 거의 어떤 형태든 협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으나 협상은 북이 제재를 피해 핵 개발을 끝마무리할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유엔 제재 효과가 없었던 것도 북이 붕괴하지 않게 중국이 매번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4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 제재 2270호의 빈틈을 메우는 ‘추가적인 중대 조치’ 마련에 즉각 나섰지만 중국 때문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의 생각을 바꾸려면 오바마가 차제에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골치 아프다고 한반도 상황을 적당히 관리하다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되는 후임자에게 넘길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노벨위원회는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오바마를 선정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비전에 특히 주목했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이란 핵문제를 협상으로 타결지었다고 해도 훨씬 더 위험한 북핵을 방치한다면 평화상의 의미도 반감될 것이다.

 북이 끝장을 볼 때까지 핵무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선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국에선 비현실적이 핵무장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을 그냥 둔 채로는 핵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이젠 한반도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분단의 모순과 북핵 문제의 역사적 해결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북에 당할 만큼 당한 오바마 대통령이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고 후임 행정부에서도 흔들림 없이 시행할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큰 그림을 갖고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함께 동북아의 평화 수호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