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토대모델

2012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존 거던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함께 야마나카 산야 교토대 교수가 선정되면서 교토()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는 다 자란 쥐의 피부 세포를 가지고 심장 근육 신경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 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받는다. 그의 수상은 동일본대지진, 경제위기, 정치리더십 실종 등 잇단 악재로 시름에 잠긴 일본인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 최다 노벨 과학상 배출지로서 교토대의 명성이 확인됐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1949년 물리학상)를 비롯해 6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교토대를 졸업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 2명도 교토대 출신이다. 고베()대 의학부 출신인 야마나카 교수는 이 대학 출신은 아니지만 2004년부터 교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지방 국립대 가운데 하나인 교토대가 이렇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을 보면 이 대학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 같다.

1897년 교토대는 이과대학으로 출발했다. 쿄토대의 건학이념은 자유로운 학풍. 교토대는 도쿄대와 함께 한때 적군파의 본거지였으나 연구 교수 수학의 자유를 존중하는 독일식 의 자유로운 학풍은 바뀌지 않았다. 교토대는 산업의 기초는 과학이라는 생각으로 이공계에 투자하면서도 단기간 연구 성과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뛰어난 정치인과 관료를 주로 배출해온 도쿄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식지 않았다.

야마나카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일본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낳은 결과다. 야마나카 교수가 iPS 제조에 성공하자 일본 정부는 2010년 그의 연구에 50억 엔(한화 71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정부 지원이 없었으면 연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빈 말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같은 집중 지원을 하면 어떨까. 줄기세포가 유망하다고 해서 한 교수, 한 대학에 700억원을 지원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근래 한국에서는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을 앞서면서 일본을 얕잡아보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이런 가벼운 풍조에 통렬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