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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선족과 옌볜자치주

Posted September. 04, 20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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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양고기꼬치를 의미하는 양로우촨()은 중국 북방 거주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요즘 국내 거주 조선족들이 늘면서 거리의 음식점 간판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글자가 됐다. 우리말로 읽으려할 때는 자가 문제다. 자는 일본만 해도 꼬치구이란 뜻의 쿠시야키() 등으로 많이 쓰이지만 우리말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한자다. 의 한글 발음은 관, 곶, 찬 등으로 다양한데 꼬치를 의미할 때는 찬으로 발음한다. 은 양육관이나 양육곶이 아니라 양육찬으로 읽어야 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는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와는 달리 재중동포보다는 조선족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하다. 러시아와 그 주변국에 거주하는 동포를 고려인(카레이스키)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조선족과 고려인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인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간도나 연해주로 이주한 한국인의 후손이 대부분이다. 냉전 시대에 한국이 중국이나 옛 소련과 단절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곳 동포들이 낯설어서 조선족 고려인으로 불러왔지만 앞으로는 재중동포 재러시아동포로 바꿔가야 한다.

조선족은 지린() 헤이룽장() 랴오닝() 등 중국 동북 3성에 주로 거주한다. 그 중에서도 지린성에 가장 많이 산다. 지린성에는 옌볜()조선족자치주가 있다. 중국 전체의 소수민족을 위한 5개 자치구와 30개 자치주 가운데 하나로 동북 3성에서 유일하다. 동북 3성은 과거 만주족이 많이 살던 곳으로 만주족자치주 같은 것은 없다. 옌볜자치주 일대는 옛 고구려 선조들이 말을 타고 호령하던 기상이 서린 곳이다. 한민족의 정신적 고향인 백두산(중국명 장바이산)도 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자취도 많이 남아 있다.

중국 정부가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지정한지 어제로 60년이 됐다. 자치주 주민 가운데 조선족 비율은 1953년의 70.5%에서 2010년 36.7%로 크게 감소했다. 한족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 조선족자치주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기업의 차이나 러시가 이뤄지면서 조선족이 대거 고용돼 중국 전역으로 흩어졌고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온 조선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족 디아스포라가 자치주 해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