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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이돌 왕따

Posted August. 01, 20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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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조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파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멤버 가운데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도쿄 공연을 빠진데 대해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비난글을 올린 게 발단이다.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 카페 회원이 사흘 만에 30만 명을 돌파했다. 아이돌 그룹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속사가 불화설을 제공한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하자 대중심리는 약자격인 화영에게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왕따설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애프터스쿨도 이런 소동을 겪었다. 원조 걸그룹 주얼리 멤버였던 서인영은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주얼리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멤버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안받아주고 나중에는 인사를 안 한다고 혼냈다고 회고했다. 팬들이 주얼리 멤버였던 이지현과 조하랑의 미니홈피에 몰려가 악플 테러를 벌이자 조하랑은 제발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글을 남겼다.

연예계 안팎에선 어리고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멤버 간에 왕따가 일어날 가능성은 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 튀는 행보를 하거나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멤버들이 압박을 가할 수도 있고 신참에게 기존멤버가 텃새를 부릴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화영은 뒤늦게 합류한 멤버였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군대에서도 왕따가 존재하는데 아이돌 걸그룹만 청정구역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팬들의 환상일지 모른다. 왕따가 성행하는 현상은 개성을 인정해주기보다는 잘난 척하고 튀는 것을 싫어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기에 어느 정도의 사생활 공개나 생활의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례를 보듯 진실 요구란 미명 아래 연예인에 대해 지나친 사생활 들춰내기와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에도 티아라 멤버들의 따돌림 행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지만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여자들의 갈등을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한 기획사에 더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