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호국보훈의 불꽃 내년엔 타 오를까

Posted June. 07, 2012 00:39,   

ENGLISH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을 내년 현충일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점화할 계획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8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희생을 되새기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며 이 같은 내용의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 알링턴국립묘지의 영원한 불꽃이나 프랑스 파리 개선문광장의 기억의 불꽃처럼 365일 24시간 타오르는 현양시설을 세우겠다는 내용이었다. 2010년 말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제안한 불꽃시설 건립 아이디어가 여론의 큰 호응을 얻자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하지만 현충일인 6일 호국보훈의 불꽃은 점화되지 않았다. 보훈처는 아직도 건립 후보지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지난해 국회에서 불꽃시설의 건립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는 보훈처가 제출한 불꽃시설 건립예산 32억여 원 가운데 설계비로 5억 원만 통과시켰다. 당시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이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서울현충원이 불꽃시설의 건립 장소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자 다른 의원이 이를 반박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결국 정무위는 서울현충원 내 불꽃시설의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건립 후보지를 재검토해 국회에 보고한 뒤 사업을 추진하라고 보훈처에 요구했다. 관련 예산도 대부분 깎여 결국 올해 현충일에 점화하려던 계획도 내년 6월로 미뤄진 것이다.

보훈처는 지난달 말 불꽃시설의 건립 후보지 선정을 위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8만여 명이 참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국회의사당과 전쟁기념관, 국립서울현충원,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 여의도광장 등 7곳이다.

하지만 건립 후보지가 결정돼도 곧바로 건립에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계서울여의도광화문 광장 가운데 1곳이 건립 후보지로 결정될 경우 서울시의 내부 심의를 거쳐 서울시장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착공할 수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불꽃시설을 건립할 경우 관리상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내 4개 광장 가운데 1곳이 건립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최대한 협의해 내년 현충일엔 꼭 호국보훈의 불꽃이 타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