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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270m 주탑 올라서니 아찔

Posted April. 30, 20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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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느껴졌다. 발 디딤대로 만들어둔 철판 틈새로 보이는 광양 앞바다가 현기증을 불러왔다. 왕복 4차로 도로는 푸른 바다 위에 그어진 실선처럼 보였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여수의 영취산, 광양의 백운산 능선, 지리산 천왕봉, 남해대교의 붉은 주탑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발 270m 높이의 이순신대교 주탑에서 체험한 풍광이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는 5월 12일 개막하는 여수엑스포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10월로 예정된 개통에 앞서 5월 초 임시 개통키로 하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순신대교는 대림산업이 순수 우리 기술로 짓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다. 현수교는 다리 양끝이나 중간에 탑을 세우고, 탑에 연결된 케이블로 교각 상판을 지지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국내 서해대교가 대표적인 현수교다.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된 이순신대교는 몇 가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케이블을 연결하는 주탑의 높이가 해발 270m로 종전 1위이던 덴마크의 그레이트벨트교(254m)를 제치고 세계 최고()로 우뚝 섰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서울 남산(262m)과 63빌딩(249m)보다도 높다고 귀띔했다. 다리 길이(2260m)도 국내 현수교 중 최장()이다.

주탑과 주탑 사이 길이는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선 4번째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1280m)보다 훨씬 길다. 주탑들 사이가 멀수록 현수교 시공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해상 특수교량의 꽃으로 불리는 현수교를 순수 자국 기술로 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순신대교와 같은 초대형 현수교 건설을 4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고 임시 개통을 하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순신대교의 성공적 시공을 발판 삼아 현수교 시공 시장의 세계적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희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