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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켓은 수십억 달러박스

Posted March. 20, 20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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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8년 8월 인공위성을 빙자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2년여 뒤인 2000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북한은 미국과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기할 것에 동의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에 3년간 매년 10억 달러씩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최종 타결을 위해 김정일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하지만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막았다.

다음 달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내부 결속용이나 정권 이양기의 권력기관 간 불협화음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많다.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9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수억 달러에 이르는 24만 t의 영양식품 지원을 뿌리친 북한의 속내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0일 광명성 3호 발사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기반한 고도의 대미정책의 일환이라며 북한에 광명성 3호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협상카드라고 설명했다. 즉 미사일 개발 행보를 가속화하면 결국 미국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2000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대가를 미국에서 받아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북한은 사거리가 불과 1600km에 불과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30억 달러를 거의 받아낼 뻔했다. 2009년 4월에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3200km까지 날아갔다. 2006년과 2009년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증명했다. 핵과 미사일은 말과 마차의 관계다.

그럼에도 미국에는 북한의 계획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선택한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광명성 4호와 5호를 잇달아 발사해 미사일 성능을 대폭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김정은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엄청난 대가를 노린 벼랑 끝 전술 구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