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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도우미 들여온다

Posted February. 21, 20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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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돌을 넘긴 아이를 둔 강선영 씨(36)는 석 달 전 둘째를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 친정이나 시댁이 멀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다 가사도우미 비용을 제하면 중소기업을 다니는 강 씨의 월급에서 몇십만 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직장을 다니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차라리 집에서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강 씨처럼 육아문제 때문에 아이와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여성이 많다. 정부 내에서도 여성들의 출산 육아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공급하자는 주장이 일부 경제부처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 등 장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이 육아 및 가사를 담당하는 외국인 도우미 수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주홍콩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광해 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은 20일 여성 노동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고령화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수입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 여건만 갖추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비시터를 포함해 국내 가사도우미 시장에서 일하는 인구는 약 20만 명으로 이 중 3040%를 중국동포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입주형 가사도우미의 한 달 비용은 한국인 170만200만 원, 중국동포 130만170만 원 선. 최근 중국 동포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 젊은 엄마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육아비용 부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2040대 여성이 적지 않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홍콩 정부는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해 30만 명에 가까운 필리핀, 인도네시아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동포에 비해서 월 20만30만 원이 싸고 영어 구사가 가능해 자녀의 영어 교육 차원에서 인기가 높다. 인터넷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직거래 사이트가 생겼고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필리핀인을 찾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일하는 중국 동포와 달리 필리핀인 등 다른 외국인의 가사도우미 취업은 불법이다.

아직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관련해 정부 내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도입될 경우 가사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저소득층 4060대 여성의 일자리가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민현주 경기대 교수(직업학과)는 중산층 이상 여성들을 노동시장에 유지하기 위해서 저학력 중하층 여성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유입으로 시장의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