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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강진에 한국 원전수출 흔들

Posted October. 25, 20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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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가 워낙 경황이 없어 원전 건설과 관련해 아직 방침을 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터키 원전 추진이 아주 어렵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국내 원전업계 관계자)

23일(현지 시간) 터키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그간 난항을 겪어온 터키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키 정부가 원전 건설계획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땅, 흔들리는 원전사업

24일 원전업계와 관련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지난 1999년 터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사상자 2만 명) 이후 12년 만에 또다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다. 1999년 지진이 터키 북서부에서 일어났던 것과 달리 이번 지진은 동남부에서 발생했다. 지진 위치가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크게 이동한 것이다. 지반이 불안정한 단층 지대에 위치한 터키는 지구상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지진 위험이 높은 원전으로 터키가 러시아와 손잡고 추진하는 아쿠유 원전을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려 온 터키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20%를 원전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아쿠유 원전 외에도 터키 북부 시노프 지역에 21조6000억 원 규모의 또 하나의 원전을 세우기로 한 것.

한국 정부는 이 시노프 원전 수주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갖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8월에는 사업구조, 재원조달, 공정, 용지, 전력판매단가, 인력양성 등 원전 건설 제반에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한 양국 공동연구도 마쳤다. 하지만 12월 일본이 터키 원전 수주에 끼어들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터키가 한국과의 협상을 잠정 중단하고 일본과 협상을 시작한 것. 당시 일본에서는 터키 원전이 결국 (지진 노하우가 많은) 일본의 품으로 온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상황은 올 3월 다시 완전히 바뀌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본의 해외원전 사업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터키 내에서도 일본 원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살아나던 원전 수주 불씨 다시 꺼지나

터키 정부는 최근까지 그래도 원전은 간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7월 28일 도쿄전력이 터키 원전사업을 포기하기로 하는 등 일본과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8월 10일에는 한국을 찾은 자페르 차을라얀 터키 경제부 장관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면담하기도 했다. 차을라얀 장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협상은 한국 등 여러 나라에 열려있다고 말해 국내에서는 다시 터키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 강진으로 터키 정부의 원전 프로젝트는 완전히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원전업계의 전망이다. 원전 수출 주요 공략 국가 중 하나로 터키를 꼽아온 지경부와 한국전력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단 연말까지는 일본과의 협상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