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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공을 책임진다 8조 전쟁

Posted September. 28, 201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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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평가에서 라팔(프랑스 다소)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2단계 평가에서 한미동맹과 상호 운용성을 고려해 F-15K(미국 보잉)가 최종 결정됐다.

국방부가 2002년 차세대전투기(FX) 1차 사업 기종으로 F-15K를 선정하며 이같이 발표하자 한미동맹에 따른 예견된 결과 미국 기종에 대한 특혜라는 찬반이 엇갈렸다. 당시 다소는 사업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 법원에 기종평가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FX 1차 사업에서 미국 기종이 한미동맹의 프리미엄을 업고 유럽 기종(라팔, 유로파이터)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보잉은 FX 1차 사업(40대)에 이어 2008년 FX 2차 사업(20대)도 수주해 총 60대의 F-15K를 한국에 판매했다. 1, 2차 총사업비는 약 7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내년 10월 기종이 결정되는 FX 3차 사업은 1차 때보다 경쟁구도가 복잡해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불황을 겪는 해외 방위산업계엔 전투기 60대를 구입하는 8조 원대의 한국 FX 3차 사업이 결코 놓칠 수 없는 황금시장이다.

이런 이유 탓에 선정 가능성이 희박한 러시아 기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기종 업체들은 동상이몽() 속에 저마다 해볼 만하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유럽 간 4세대 전투기 경쟁으로 요약되는 FX 1차 사업과 달리 이번 3차 사업은 여러 변수가 포함돼 다양한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우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4.5세대 전투기의 대결이 눈에 띈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유일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록히드마틴은 올해 말 일본이 FX 기종으로 F-35를 선정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도 결정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4.5세대 전투기에 해당하는 F-15SE와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다른 기종 업체들은 스텔스가 만능이 아니다라며 협공을 펼치고 있다. F-35가 실전 검증이 되지 않았고 개발과 양산 일정이 늦어져 적기()에 인도하기도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경쟁구도는 미국 기종 대 유럽 기종의 대결이라는 점. 미국 기종의 당연한 우세를 점쳤던 FX 1차 사업 때와 달리 지금은 한미동맹 프리미엄이 많이 축소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제 무기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예전 같지 않고, 비용 대비 성능을 최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미국 기종이라고 해서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기종(F-35 대 F-15SE) 간 대결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 전투기 도입사업에서 미국 기종 간 경쟁은 1990년 한국형 전투기사업(KFX)에서 F-16이 F-18을 꺾고 선정된 후 처음이다. 이미 F-15K 60대를 비롯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까지 한국에 판매한 보잉에 맞서 록히드마틴은 F-35 선정 시 스텔스 기술 이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