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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수 목사 석방요청 했지만 북김영남은 면전서 거절했다

전용수 목사 석방요청 했지만 북김영남은 면전서 거절했다

Posted May. 06, 20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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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6개월째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는 언제나 풀려날 수 있을까. 지난달 말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석방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전 목사의 앞날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카터 전 대통령이 최근 카터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방북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 목사의 석방 요구를 차갑게 거절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 첫날 인도적 차원에서 에디 전(전 목사의 영어 이름)을 석방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는 서면요청서를 박의춘 외무상에게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다음 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김 상임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놀랄 정도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결국 내가 왜 부정적이고 왜곡된 과거에만 집착하느냐고 중간에 끼어들었다며 이날 경색된 분위기를 풀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야 했다고 술회했다.

전 목사의 석방을 기대하던 가족과 친지들은 빈손으로 돌아온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목사의 한 지인은 전 목사가 당뇨병 등으로 최근 건강상태가 크게 악화됐고 지난달 18일쯤 재판절차도 거쳤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당연히 풀려날 줄 알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병원으로 이송할 구급차까지 준비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석방 소식을 기다리며 서울에 머물던 전 목사의 부인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 가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남편과 전화 연결이 됐지만 주변의 감시 때문인 듯 구명운동을 해 달라는 호소 외에는 다른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전 목사의 지인들은 과거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들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미국 정부의 석방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2009년 미국 커런트TV 소속의 로라 링, 유나 리 기자가 북한에 억류됐을 때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석방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142일 만에 석방됐다.

전 목사는 재판이 끝나면 최대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향후 식량지원이나 남북 비핵화 회담 재개 때 전 목사의 석방 문제를 다시 한 번 선심 쓰듯 협상 테이블에 올릴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