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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m 코앞에 돼지 1100마리 묻었다는데

Posted February. 21, 20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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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오가면 분천리 내 위치한 양신초등학교. 학교 뒤편에 무언가 봉긋 쏟은 무덤 같은 것이 보였다. 구제역 가축 매몰지였다. 가로 세로 각각 10m 가량의 매몰지 주변에는 침출수로 보이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비닐로 덮어 돌출된 매몰지 위로 가스 배출통이 솟아 있었다. 학교 담장과는 약 70m 거리였다.

학교 운동장으로 가보자 한편에 지하수 관정이 있었다. 이 학교는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 식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하수 관정과 매몰지의 거리는 150m에 불과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학교 뒤편의 A 씨 축산농가 돼지들이 지난달 26일 구제역인 것으로 확인돼 1100여두를 묻었다. 김광태 양친초 교장은 7일 오전 출근해 학교를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며 방학과 설 연휴 등으로 학교를 며칠 비운 사이 학교 뒤편에 돼지 매몰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하수 쓰는 학교들, 개학 앞두고 아이들이 걱정된다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개학 을 일주일 여 앞두고 지하수를 급식수로 쓰는 시골학교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개한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4237곳의 리 단위까지의 주소지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전국 초중교 727곳(2010년 말 기준)의 주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총 50곳의 학교의 주소가 매몰지 주소와 겹쳤다. 이들 학교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개학을 앞두고 불안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18일 오후에 찾아간 경기 포천군 관인면의 중리초등학교. 이 학교는 단층 건물이었지만 창밖으로 구제역 가축 매몰지가 보였다. 학교에서 매몰지까지 걸어가 보니 약 350m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곳에는 최근 돼지, 소 약 9000마리가 매장됐다. 매몰지 위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 떼들이 음산함까지 자아내고 있었다. 체육보건담당인 이민성 교사는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저기서 나온 침출수가 애들 먹는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냐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하수를 정수기로 걸러 학생들의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의 학부모 문재종 씨(42)는 집에서 마시는 계곡물을 아이에게 들려 등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학교 잘 모르겠다 위험성 몰라

경북 안동 북후면 장기리의 북후초등학교도 900m 가량 떨어진 산 능선에 300여 의 가축이 묻힌 매몰지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지하수를 뽑아내기 위한 관정이 설치돼있다. 학교 측은 아이들 걱정에 북후면장 등과 함께 일주일 전 매몰지 현장을 방문했다. 남명자 교장은 지하수 오염이 안 되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여러 번 면장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오산리에 위치한 안동영명학교도 취재진에게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밝혀왔다. 주변 약 100m 정도에 매몰지가 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지하수를 쓰고 있다며 아이들 면역력 약해 학교 측에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한강 수계 등 상수원 오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수과정을 거치는 수돗물과 달리 지하수는 매몰지 침출수에 의해 오염돼도 정수과정 없이 그냥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에는 대장균, 장바이러스 등 미생물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화학물질,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 등이 함유돼 있다.

대부분 학교 매몰지와 상당 거리수맥 연결되면 여전히 불안

매몰지와 주소가 겹치는 50개의 학교 중 대부분의 학교는 매몰지가 가까이 붙어 있지 않았다. 많은 학교 관계자들이 인근에 매몰지가 보이지 않아 지하수 걱정이 안 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매몰지로부터 300m는 벗어나야 지하수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하수 펌프가 매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땅 밑에 수맥이 연결돼 있으면 오염수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존재하므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수질 검사 폭주새학기 전 완료 어려워

더 큰 문제는 지자체마다 지하수 오염을 검사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어 학교 지하수 검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년 분기마다 경기도 내 학교 수질검사를 맡아왔던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1분기에 수질 검사를 해줄 수 없다는 공문을 최근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보냈다. 이정복 환경연구원장은 지금은 매몰지에 모든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학교 수질검사까지 시행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