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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에 고막 터지고 파편 맞아 피흘리고 섬 탈출 주민들 생지옥

폭발음에 고막 터지고 파편 맞아 피흘리고 섬 탈출 주민들 생지옥

Posted November. 25, 20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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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이 끊긴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한 연평도 주민들의 탈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포격 도발이 종료된 23일 오후부터 이틀째인 24일까지 1500여 명의 연평도 주민이 어선과 행정선, 해경 경비함 등을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930여 가구 1780여 명의 주민 가운데 현재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은 16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평도에 잔류한 주민들도 조만간 인천 등으로 피신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연평도에는 군부대원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경 경비함을 타고 연평도를 탈출한 주민 김지권 씨(53)는 북한이 연평도 주민들에게 포탄을 쏜 것은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주민들 사이에 전쟁 위기감이 팽배해 섬을 떠나는 주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겁나서 연평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날 오후 1시 17분경 폐허가 된 연평도에서 생지옥 같은 하루를 보낸 연평도 주민 340여 명이 인천해양경찰 함정부두에 도착했다. 해경정 503호를 타고 온 주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떨고 있었고, 일부 생존자는 눈물을 흘리거나 극도의 피로감과 허탈감을 호소했다. 주민 김성순 씨(71여)는 폭음이 들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훈련인 줄 알았는데 대피방송이 들려 옷가지도 못 가지고 왔다며 돈도 못 들고 왔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해경부두에는 주민들과 가족들,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앰뷸런스 등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매우 혼잡했다.

인천에 도착한 연평도 주민 중 조선옥 씨(78여) 등 부상자 6명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자는 없었으며 대부분 포탄이 떨어질 당시 충격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변진식 씨(66)는 포격 당시 차를 타고 있다가 포탄 파편이 이마에 스치는 상처를 입었다. 변 씨는 가을 식목()을 위해 면사무소에서 묘목을 받아 차를 운전하던 중 포탄이 앞에 떨어졌다며 옆에서 날아온 파편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업무차 연평도로 들어갔던 박명훈 씨(42)는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에 고막이 터졌다. 병원 측은 포탄 낙하 충격에 내이()가 손상됐다고 했다. 이 밖에 뇌진탕과 늑골 골절 등을 당한 주민들도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가천의대길병원 양혁준 교수는 부상자들이 모두 밖으로 드러난 외상보다는 폭발 후 스트레스가 극심한 것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주민들, 잿더미로 변한 집에 참담

24일 오후 북한의 포격 도발로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된 인천 옹진군 연평면 남부리. 인근 방공호에서 촛불에 의지해 공포의 밤을 떨면서 지새운 이정규 씨(73)는 포탄이 터지면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되자 다시 마을을 찾았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이웃끼리 웃음꽃을 피우며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모두 잿더미로 변했어.

폭격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듯 이 씨의 집은 포탄에 맞아 지붕이 날아가고 주택 내부는 모두 불에 타 골조와 외벽 일부만 남아 있었다. 이웃집은 포탄에 직격으로 맞았는지 잘게 부서진 콘크리트와 벽돌만 수북하게 쌓여 주택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씨는 우리 마을에서만 10여 채가 포탄에 반파되거나 불에 탔지만 포격 당시 썰물이어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갯벌에서 굴을 따거나 공공근로사업에 나가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며 집을 다시 지으려면 시간이 꽤 걸려 올겨울은 연평도를 떠나 뭍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복구 및 구호활동도 본격 시작

북한의 포격 도발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되면서 피해 복구 작업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이날 인천 옹진군에 따르면 연평도 전체 임야의 70% 정도가 불에 탔으며 주택과 창고 21채, 면사무소와 보건소 등 공공기관 8곳이 파손되거나 전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시는 이날 오전 소방차와 구급차 22대와 소방인력, 의료진 등을 화물선을 통해 보내 화재 진압과 피해 복구에 나섰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는 인력과 장비를 실은 840t급 수송선을 보내 전력 설비를 복구하고 있다. 또 인천시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마련한 긴급구호품 2000상자가 도착했으며, 인천적십자사와 해양경찰청, 옹진군 등이 마련한 응급구호세트 3550개와 식량 등을 주민들에게 보급했다.



황금천 장관석 kchwang@donga.com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