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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덴마크 환경영웅 쇠렌 헤르만센 씨의 조언

방한 덴마크 환경영웅 쇠렌 헤르만센 씨의 조언

Posted October. 30, 20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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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은 선진국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에서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이젠 선언을 넘어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때입니다.

28일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만난 덴마크의 환경 영웅 쇠렌 헤르만센 삼쇠에너지아카데미 소장(사진). 그는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을 칭찬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 동쪽의 작은 섬 삼쇠의 주민인 그가 자신 있게 이런 충고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덴마크 본토에서 실어오는 석탄과 석유에 의존했던 삼쇠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이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섬으로 거듭난 데는 헤르만센 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삼쇠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9월 그를 환경 영웅으로 선정했다.

환경 영웅이라는 별명과 함께 녹색 사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헤르만센 소장의 삼쇠 이야기는 199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덴마크 환경에너지부가 실시한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이 섬에서 나고 자란 헤르만센 소장의 아이디어가 뽑혔다. 10년 뒤 이곳을 신재생에너지로 자급하는 섬으로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대로 낙농업과 돼지 사육에 종사해 왔던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너무 막막했어요. 팔짱만 낀 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죠. 자금을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환경에 좋을 뿐 아니라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둬 첫 번째 프로젝트인 풍력발전소 사업에 지분 투자를 시작했다.

섬 주민 4300명 가운데 10%가 넘는 450명이 11개의 풍력발전소 지분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이곳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8400만 달러가 들었는데 이 중 7200만 달러가 주민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이런 투자 덕분에 삼쇠는 거의 100%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해결하는 세계 첫 번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발전량이 섬 전체의 전력 수요를 채우고도 남아 덴마크 본토에 팔고, 이렇게 해서 생긴 수익을 지분대로 나눠 갖고 있다.

특정 기업이 마을 인근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주민들이 비난을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풍력발전기를 운영해서 수익까지 얻으면 달라집니다.

풍력발전 사업의 성공을 밑거름으로 폐목재와 밀짚을 태워 열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태양광발전소, 해상 풍력발전까지 잇따라 성공하면서 삼쇠는 신재생에너지의 생생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집집마다 지붕 위에 태양열전지판을 설치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을 은행이 아니라 지붕에 저축해 놓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섬에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7년에 비해 140%나 줄어 탄소 네거티브(negative) 섬으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늘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삼쇠의 성공 스토리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헤르만센 소장의 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덴마크에는 바람(풍력)이 강하지만 한국은 햇빛이 좋습니다. 태양광시스템을 우선 추천합니다. 일단 소규모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연히 일자리도 생길 것입니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면 점차 옆 마을로 확산될 것입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