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메이커인데 한국CEO 공장 잘몰라

한국의 제조업은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다. 골프에 비유하면 핸디캡 20가량이다.

한국 기업에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전수한 공로로 지난달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숭례장을 받은 호시노 데쓰오(71사진) 기후차체공업 회장은 7일 기후() 현 가카미가하라() 시 본사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삼성이나 LG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의 상대나 고객층의 핸디캡이 25 정도이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기업은 분발하라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호시노 회장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삼성, LG 등 대기업 간부 2만 명에게 TPS를 지도해 왔다. 최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기후차체공업을 방문해 호시노 회장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장뇌삼을 여러 뿌리 보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호시노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메이커(Maker제조업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 기획, 재무 등은 중시하면서 정작 물건을 만드는 현장, 즉 공장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현장 지향형 경영자가 드물다는 것.

그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휴대전화도 설비는 일본제 일색이라면서 설비를 보는 안목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고가 장비를 사는 데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시노 회장은 설비를 직접 만들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필요한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생산방식이 유행하면 기존 방식을 버리고 금방 따라하는 한국 기업들의 유행 추종 현상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다.

호시노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훌륭하다는 경영학 이론은 다 도입하지만 계속성이 없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시노 회장은 한국에 TPS를 전수한 일 외에도 강원 춘천시와 가카미가하라 시의 자매도시 결연을 지원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은관 씨를 초청해 공연을 하는 등 한일 간 교류 확대에도 기여해 왔다.

TPS를 체계화한 도요타의 오노 다이치(작고) 전 부사장과는 사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기후차체공업은 도요타의 8대 협력업체 중 하나.

천광암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