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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는 빠져나갈 구멍 있어 BDA동결이 북경제에 더 큰 영향

유엔 제재는 빠져나갈 구멍 있어 BDA동결이 북경제에 더 큰 영향

Posted January. 04,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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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 경제에 연쇄 파급 효과(cascading effect)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유엔 차원의 공식 제재보다 마카오 금융제재가 북한 경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금융제재가 계속될 경우 올해 북한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유엔의 공식 제재보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조치에 더 적의에 찬 반응을 보인다. 유엔 제재는 온건하고 빠져나갈 방법이 있지만 BDA 조치는 북한의 대외 경제 거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북한의 불법 활동에 연루되기를 꺼리는 각국의 다른 금융기관들도 북한과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북한은 국제 금융 거래에서 점점 많은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는 암시장 내 북한 화폐의 평가절하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에 1990년대의 대기근 같은 경제적 재앙이 다시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 정부는 지난해 쌀의 개인 거래를 금지하고 배급시스템을 부활하려 했으며 농부들에게서 곡물을 압수했다. 그 같은 분별없는 조치로 인해 특히 평양 외곽의 지방도시와 북한 동북부에서 심각한 식량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게다가 이는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의 일이어서 그 뒤 상황은 더 악화됐을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와 같은 기근이 재발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북한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재난이 생길 경우 국제사회, 특히 한국이 더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가 붕괴하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는가.

북한 체제 및 경제의 붕괴가 독일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경로로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되겠지만 이는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은 경제성장이 늦어질 것이며(한반도 전체로는 빨라지겠지만), 소득이 노동자 그룹에서 자본가 그룹으로, 노동자 그룹 내부에선 저숙련 노동자에서 고숙련 노동자로 소득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가 보상해 주지 않을 경우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경우 북한 경제가 개혁 개방의 경로를 밟을까.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는 루마니아나 벨로루시가 개혁을 시작했을 때와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을 시작했을 당시엔 70% 이상의 노동력이 농업 부문이었는데 북한은 그 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을 할 경우 중국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국제 교역과 투자를 통한 외국인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그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국의 영향력 증대를 자신의 권력 유지에 큰 위협으로 여기지 않을지가 의문이다.

지난 수년간의 경험들에 따르면 이 대목을 낙관하기 어렵다. 수확이 나아진다고 생각되는 순간 북한 지도부는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 과거의 정책으로 돌아가 버렸다. 한국의 원조와 지원이 북한의 개혁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반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임시변통의 조치를 계속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