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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에 갔다오니 이승이 역시 좋더군요

Posted December. 07, 20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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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보다 박하사탕 초록물고기 같은 인간적인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영화에만 출연하는 게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정우성)

기계 같다 인간미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버거워요. 사실 전 엉뚱하거든요. 제 모습은 싸이언 TV CF나 중천의 여주인공 소화가 딱인 것 같아요. 천진난만하고 세상물정 모른다고 할까?(김태희)

두 사람이 배우가 아닌 이성으로서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판타지는 어떨까? 이 말을 던지자 김태희는 손사래부터 친다.

아무리 멋있어도 당연히 인간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빠를 대했어요. 중국에서 같은 호텔에 묵고 밥도 같이 먹고, 자다가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도 서로 보이고. 그런데 생각보다 자상해요. 미리 계산하지 말고 연기하라며 연기 지도도 해주고.(김)

중천은 죽은 영혼들이 환생을 기다리며 49일간 머무는 곳. 이 곳을 지키는 천인() 소화(김태희)와 무사 이곽(정우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 중천은 100여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모두 중국에서 촬영했다.

처음으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김태희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없애려고 독기를 품기보다 긍정적으로 넘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도 초조한 듯 보였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새드 무비 데이지 등 최근작에서 그는 수채화 같은 멜로물의 주연 배우로 마음먹고 나선 듯하다.

어휴. 저도 30대여서 나이에 맞게 연기해야죠. 요즘 키 크고 잘생긴 후배가 많이 등장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잘생긴 후배가 많다고 난 이제 그만 잘생길래라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앞으로 더 여유로워지고 싶어요.

두 배우는 긍정적으로 살아 열등감이나 비애 같은 거 잘 모른다며 웃는다. 진심일까? 최근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김태희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그러자 그는 중국에 있다 가끔 한국 와서 그런 소리 들으면 아 몰라, 나 다시 중국 갈래 그러면서 잊는다며 웃었다.

어렸을 적 쫄바지 입고 남자 애들 코피 터뜨리고 다닌 게 저예요. 하지만 열등감은 많았어요. 남자 애들한테 인기 많았던 유치원 친구를 이기고 싶어 집에 오는 것도 늘 뛰어왔죠. 걔 이기려고요.

그러자 정우성은 너 유치원 때부터 열등감 느꼈어? 대단하다라며 웃었다. 어느새 중천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이들은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하며 기자에게 판타지같은 한마디를 건넸다.

촬영 내내 중천에 있다 보니 이승이 좋아졌어요. 영화는 잘 돼야겠지만 돌이 되더라도 이승에 있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