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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성격 합니다

Posted June. 08,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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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이 탤런트 조인성(25)을 있게 한 결정적인 TV 드라마라면, 15일 개봉되는 영화 비열한 거리는 영화배우 조인성을 있게 만드는 운명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조인성은 가난을 벗어나 성공을 꿈꾸다 결국엔 자신이 성공한 바로 그 이유로 추락해버리는 삼류 조직폭력배 병두로 등장한다. 앳된 얼굴과 목소리로 사시미 칼을 잔혹하게 휘두르는 그의 조폭 같지 않은 조폭 모습은 영화에 기묘한 리얼리티를 만들어낸다. 6일 조인성을 만났다.

-조폭 치고는 너무 잘생겼어요.

슛(촬영) 들어가는 순간 저는 제 얼굴 까먹어요. 소위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가 뒤쳐진다고들 얘기하는데, 사실 제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났겠어요? 이렇게 생겼다고 해서 덜 노력하거나 연기를 더 쉽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단 한 커트도, 단 1초도 없어요.

-하긴 성격파 배우로 분류되는 배우 중엔 잘생긴 배우가 없어요.

제 비주얼(외모)이 저한테는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절대로 자랑이 아니라, 저는 그분들(성격파 배우)이 가진 연기력을 노력해서 가질 수 있지만 그분들이 제 외모를 가질 순 없는 거잖아요? 가질 수 있다면 그걸 갖기 위해 배우로서 노력하는 제가 저는 좋아요.

-TV 드라마에 비해 반해 영화에서는 큰 활약이 없었어요. 전작인 남남북녀는 조인성이 왜 출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르는(감정선이 강한) 연기는 하는 편인데 완전히 풀어지는 연기는 자신이 없었어요. 남남북녀로 그걸 배웠어요. 그런(흥행에 참패한) 경험은 저한테 귀한 재산이에요. 저는 처음보다 끝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얼굴에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있어요. 밝지만 어딘가 어둡고 페이소스가 있는. 강렬한 주름살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아버지가 딱 이렇게 주름살이 있어요. 사람들은 저한테 보톡스 주사를 맞아보라고들 하는데, 싫어요. 주름살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인생이 들어 있잖아요?

-반지하방에 살았던 인성 씨의 실제 삶이 비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화 속 병두와 묘하게 겹쳐져요.

남들과 똑같이 저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살았을 뿐이죠. 배신이 난무하는 이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돈을 떼먹고 도망갔어요. 수입이 없었던 우리는 반지하방에 살았죠. 반지하방은 장단점이 있어요. 여름엔 진짜 시원하고요, 대신 습기가 많아서 곰팡이가 생겨요.(웃음) 이런 과거 때문인지 영화에서 병두가 사는 빈민가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어요.

-돈도 많이 벌었어요. 다른 배우들 같으면 서울 강남의 큰 아파트로 이사했을 텐데.

강남에 살아봤자 뭐해요? 제가 초중고교를 (서울) 천호동에서 다녔어요. 친구들이 전부다 천호동에 살고 있어요. 어차피 친구들 만나 술 먹으려면 천호동으로 나와야 하는데, 왔다 갔다 하는 게 엄청나게 귀찮을 거 같더라고요. 저는 익숙한 게 좋아요.

-병두는 초등학교 동창인 현주(이보영)에게 다짜고짜 키스부터 한 뒤 사귀어도 되냐고 물어요. 자연인 조인성은 어떤가요?

저는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연애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이니까요. 확신이 있으면 질질 끌지 않아요. 확실하게 들이대죠. 여자가 노라고 하면 처음엔 예의상 그럴 수 있지만 두 번째도 노하면 저는 깨끗하게 감정 정리를 해요.

-결혼은 어떤 여자와 하고 싶은가요.

현명한 여자요.

-현명한 여자란 무슨 뜻인가요.

제가 100만 원을 벌어오면 이 100만 원을 불릴 수 있는 여자요.

-그건 재테크에 능한 여자 아닌가요.

아, 그 뜻이 아니고요.(웃음) 제가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여자란 뜻이에요. 돈뿐만 아니라 제 마음도 불려주는 여자요.

조인성은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 구멍이여라는 극중 자신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내 가족과 부모를 지킬 수 없다면 연예인을 왜 해요? 그건 연예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살 가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와 기념촬영을 하면서 조인성은 물을 마실 때의 기린처럼 길쭉한 양다리를 좌우로 벌려 186cm인 자신의 키를 기자의 수준으로 낮춰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