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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한국형 무협드라마의 가능성?

Posted May. 26, 200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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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장보고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드라마 해신. 방송 기간 내내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한 해신은 최수종, 채시라, 송일국, 수아 등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화려한 의상, 세련된 액션신 등 볼거리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방송가에서는 해신의 성공에 대해 개별 드라마의 히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는 것.

문화평론가 김헌식(32) 씨는 다모에서 그 실마리가 보였던 한국형 무협 드라마의 가능성이 강력한 남성성과 육체성이 전면에 배치된 해신에 와서 보다 강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낯설고도 익숙한 무협지 해신?

해신은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기존 역사드라마와 제작공식이 다르다. 해신의 강일수 PD는 주인공의 정치적 성향이 빚어내는 갈등구조, 저절로 큰 인물이 되는 의도적 영웅 만들기, 수많은 등장인물 등 대하 역사드라마를 만드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밝혔다. 용의 눈물 등 기존 인기 역사 드라마들은 주인공과 정적()이 되는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갈등구조를 만들어냈다. 또 주인공은 하늘이 선택한 영웅이며 무수한 주변인물들이 나타났다가 스토리 전개에 따라 사라지는 형식이었다. 이에 비해 해신에서는 장보고가 왕건이나 이순신보다 좀 더 자연스러운 인물로 그려지며 주인공과 몇몇 주변인물 중심의 액션을 축으로 삼아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것.

기존 역사드라마의 특징이 배제됐지만 해신이 낯설기보다 익숙했던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비디오로 친숙한 무협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협물 작가 모임인 고무림(Go) 회원들은 해신이 전형적인 무협물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인공의 수련 과정이 비중 있게 다뤄지며(장보고가 최무창에게 무예를 배우고, 혹독한 검투사 훈련을 받는 점) 초인적인 주인공의 무예와 서열화된 무술 실력(무술 레벨 1위 장보고, 2위 염장, 3위 능창, 4위 정연, 최무창 등 서열이 정해져 순서대로 싸우면 순위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구조)이 설정돼 있고 주인공의 육체적 능력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노예 신분을 탈출하는 방법은 무술대회 우승, 전투로 설평상단 보호재건) 이다.

시청자는 주인공의 사랑을 원한다

그러나 해신은 중국 무협 드라마와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 무협과 해신의 결정적 차이는 애()와 협() 어디에 무게 중심이 있느냐다.

해신에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사랑이다. 다모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러브스토리가 있었다. 하지만 협()을 중시하는 대부분 중국 무협에서 주인공과 여인의 사랑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극중 캐릭터도 다르게 만들어낸다. 중국 무협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협()이냐 아니냐에 따라 선악구분이 뚜렷한 평면적인 인물이지만 애()를 중시해서 성공한 한국 무협의 주인공들은 수시로 변하는 사랑의 감정만큼이나 복잡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이것이 매력요소가 된다.

해신의 염장(송일국)이나 다모의 장성백(김민준)은 때론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는 인물이지만 악의 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장보고보다 정화(수애)에 대한 염장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했던 것.

해신의 성공 다른 드라마에도 영향

중국 무협과 한국형 무협 역사드라마의 또다른 차이는 역사적 실존인물을 다루는 방법이다. 중국 무협의 경우 실존인물은 대개 주인공의 배경인물에 그치는 데 반해 해신에서는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이었던 것.

케이블 채널 무협TV의 이계택 팀장은 이에대해 주인공이 허구인물일 때 이상적인 협객으로 만들기는 오히려 쉽다며 중국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경공, 장풍 등 허황된 환상을 좋아하지만 한국 사람은 무협의 경우에도 지나친 과장보다 최소한의 실제에 기반을 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신의 성공은 앞으로 방영될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태왕사신기 등 다른 역사 소재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왕사신기 제작 담당 이영민 PD(청암 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준비단계지만 태왕사신기는 해신과 비슷한 톤이며 무협스케일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