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꼴찌들이 뭉쳐 일냈다

Posted February. 23, 2003 22:26,   

ENGLISH

열등생 두 명 모아놓는다고 공부 잘하나?

지난해 6월 SK텔레콤이 포털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한 뒤 자회사인 PC통신 업체 넷츠고(네이트 닷컴)와 합병, SK커뮤니케이션즈를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하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아냥거림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추락한 스타들의 결합=넷츠고와 라이코스코리아는 한때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98년 SK텔레콤의 한 부서로 출발한 넷츠고는 이제 인터넷이다를 기치로 내세우며 출범 한 달만에 10만명의 회원을 모으는데 성공, PC통신 역사에 신화를 남겼다. 전성기 때 가입자는 230만명.

라이코스코리아도 99년 이미 뒤늦게 포털업계에 진입하면서 즐겁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를 모토로 내건 지 1년도 안 돼 다음 야후와 함께 빅 3 포털업체로 우뚝 섰다.

그러나 넷츠고는 초고속인터넷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해, 라이코스코리아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해 2001년부터 추락했다. 넷츠고는 가입자가 80만명 선으로, 라이코스코리아도 순위가 15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양사의 결합은 패배자들의 만남이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사이트 통합 데드라인은 2002년 12월27일 0시. 이때부터 www.lycos.co.kr에 접속하면 www.nate.com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이에 앞서 양측은 상대방 닮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통합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낯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라이코스코리아 회원들의 이탈가능성.

전체직원 340여명 중에서 100여명이 철야를 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통합작업은 일단 기술적으로는 문제없이 완료됐다. 다음 단계는 포털사이트에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방문자수. 전날까지만 해도 40만명에 불과했던 순방문자수가 27일에는 85만명까지 증가했다. 성공의 증거였다.

일주일 뒤 대형사고가 터졌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 집계에서 25위 안팎이었던 네이트 닷컴 순위가 조사기관에 따라 각각 8위와 11위로 올라선 것. 올 1월말에는 4위까지 올라갔다.

성공의 이유=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회사인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내놓은 유 무선 연계상품을 꼽고 있다. 네이트 온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를 통한 메신저, 인터넷에서 휴대전화로 보낼 수 있는 메시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트 온은 상용화 한 달만에 월간 100만명에 이르는 순방문자를 끌어 모았다. 벨소리다운로드 등 유료콘텐츠도 올해 예상 매출액이 2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직원들의 열정도 큰 몫을 한다. 전자상거래팀은 SBS TV의 인기드라마인 올인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오르길(뮤직박스)을 팔기 위해 직접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터넷에서 판매, 15일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SK커뮤니케이션즈 매출액 목표는 550억원.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순익을 내고 있는 선발업체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유 무선 통합서비스는 위협적이지만, 아직까지 네이트닷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에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은 제2의 추락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올해 안에는 트래픽 기준으로 반드시 2위로 올라서겠다며 자신하고 있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