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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해군장교가 펼치는 사랑과 우정

Posted February. 06, 200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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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닷속을 배경으로 한 해양 액션 영화는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르다. 해군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제작된 블루는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의 소재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듯하다.

해군 소속 특수 잠수부대 SSU의 정예요원 김준(신현준)와 이태현 대위(김영호)는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김준은 SSU 동기인 강수진(신은경)과 사랑에 빠지지만, 태현이 수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물러선다. 영국 유학을 떠난 수진은 소령이 되어 SSU의 훈련대장으로 부임하고, 세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편 해군 합동훈련 작전도중 잠수함이 심해에 불시착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SSU 대원들은 불시착한 함정 내의 생존자들과 첨단 탐사장비를 찾기 위해 심해로 향한다.

역시 심해를 무대로 한 유령(1999년)이 주로 잠수함 안에 머물렀던 반면, 블루의 수중 촬영 장면들과 컴퓨터 그래픽은 한 단계 발전된 심해 영상을 보여준다. 심해에서의 생존과 우정, 사랑의 갈등이 모두 한 상황에 모이는 영화 막바지의 해난 구조 장면은 블루를 해양 액션영화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 절정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너무 긴 시간을 해양 시트콤같은 분위기로 소비한다. 영화 중반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자잘한 에피소드들도 과잉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탄탄한 캐릭터와 드라마 구성에 필수적인 갈등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김준과 태현의 성격은 대조적이며,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리처럼 태현은 너무나 출중한 김준 때문에 괴로워한다. 두 사람은 또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번민하며,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선택을 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이처럼 블루에는 시나리오를 놓고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관계 묘사는 너무 도식적이다. 김준에게 너를 이겨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태현의 표정은 절박하지 않고, 운명적 삼각 관계의 묘사는 너무 건조하다. 대사를 통한 설명과 줄거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캐릭터 사이의 갈등, 감정의 결이 배어나오지 않는 게 흠이다.

신현준의 영화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현준은 코믹과 비극의 상황을 넘나들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흥행작 편지로 알려진 이정국 감독이 연출했다. 15세이상 관람가. 7일 개봉.



김희경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