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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밥솥 빼돌린 北, 작년말 수백개 中에 팔아

개성공단 밥솥 빼돌린 北, 작년말 수백개 中에 팔아

Posted February. 06, 2017 07:00,   

Updated February. 06, 20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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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뒤 한국 기업들이 남겨두고 간 전기밥솥을 중국으로 빼돌려 판매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기업의 기술을 전수받은 숙련 근로자의 일부가 북중 변경의 중국 업체에 근무하는 등 남북 갈등으로 중국만 수혜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2010년 5·24조치로 남북 경협이 중단되자 대북 사업을 독차지해왔다.

 RFA는 북중 접경도시의 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제조한 남한의 유명 상표 전기압력밥솥을 중국에 내다 팔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개성공단에 남겨진 남한 제품들을 북한이 내다 판 시점은 작년 12월 중순경으로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도시에서 한국 상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소식통은 “작년 12월 초순 평소 왕래가 없던 북한 사람 4명이 찾아와 개성공단에서 만든 전기압력밥가마를 눅은(싼) 값에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제의를 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모든 제품은 ‘MADE IN KOREA’로 원산지가 표기된다”며 “같은 한국 회사가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공장에서 만들면 ‘MADE IN CHINA ‘로 표기돼 중국인이나 북한 사람들에게 개성공단 제품이 훨씬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은 “남한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의 공장시설과 제품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는 북한 당국의 속성을 잘 몰라서 하는 말로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한 탈북자 이모 씨의 말을 전했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소식통들은 5·24조치 이후 한국인 및 업체는 북한에 임가공을 맡기거나 제품을 교역할 수 없어 한국인들이 개척해 놓은 경협 루트를 중국인들이 차지해 버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단둥의 한인은 5·24조치 이후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두 차례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와 2321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북중 교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제재 효과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발표한 지난해 북중 무역은 전년보다 7.3% 늘어난 58억2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6.1%(26억3400만 달러), 수출이 8.3%(31억9200만 달러) 늘었다. 다만 올해는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이 쿼터(연 4억 달러)로 정해져 북한의 외화 수입은 2015년보다 7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 · 박희창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