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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좋다’는 문재인의 안보관 불안하다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좋다’는 문재인의 안보관 불안하다

Posted October. 17, 2016 07:43,   

Updated October. 17,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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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그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모든 것을 토론으로 결정한 노무현 정부야말로 건강한 정부였다”며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우라”고 주장했다. 핵심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라는 중대한 인권 문제가 가해자인 북한에 물어보고 노무현 정부가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뜬금없이 청와대의 의사결정시스팀을 거론한 것은 논지(論旨) 이탈로 본질을 비켜간 궤변이다.

 노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 중에 친북 성향이 많았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2007년 정상회담 때 김정일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고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계속하니까 북이 연평도에 포탄을 쏘았다고 일본 잡지에 썼던 사람이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김일성의 남침 규정은 부적절하다” “북의 인권유린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같은 발언을 했다. 참모들의 안보관 대북관이 삐뚤어졌는데 토론을 많이 한들 무슨 소용인가.

 노 전 대통령은 “북한한테 묻지 말고 찬성으로 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참모들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책임이 크다. 회고록에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된 10·4공동선언에 문제의 소지가 큰 ‘3자 또는 4자 정상의 6·25종전 선언’이라는 문안도 북한의 요구로 들어갔다는 내용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전쟁보다 나쁜 평화에 가치를 두겠다”고 했다. 전 세계 어느 역사에도 힘없는 나라가 평화를 공짜로 얻은 적은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햇볕정책을 폈음에도 북한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대남적화 야욕을 노골화하며 핵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다. 5차 핵실험까지 마친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규탄, 심지어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다. 6차, 7차 핵실험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은 11년간 북한인권법 통과에 반대했고 북의 핵 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기보다 ‘남북 대화’ 운운하면서 대정부 공격에 열을 올렸다.

 지금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 주변에도 걱정스러운 대북관 안보관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따지는 일을 두고 ‘색깔 논쟁’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다. 국민은 2007년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이 어떠한지가 궁금하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이 진정 집권을 원한다면 북한 인권개선은 물론이고 북핵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