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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한인 하버드생 “미-서울 여행정보 담았어요”

휠체어 탄 한인 하버드생 “미-서울 여행정보 담았어요”

Posted August. 26, 2016 07:15,   

Updated August. 26, 20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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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안에 날렵한 보트 끝과 노를 움켜쥔 손이 보였다. 물살을 가르며 도착 지점에 가까워지자 보트에 타고 있던 선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2016 리우 패럴림픽’ 출전 직전 박준하 남자 조정 국가대표 선수의 강원 화천 훈련 영상이었다.

 국내 최초로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 과정을 360도 가상현실(VR) 카메라로 담은 이 영상은 LG유플러스가 지난달부터 진행한 ‘2016 코리아 360 VR 크리에이터 챌린지’ 대회에서 최고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았다. 제작팀인 하버드대 정치학과 3학년 김건호 씨(23)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광준 씨(24)를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만났다.

 영상을 초기 기획한 김건호 씨는 대학 입학 전 서울 장애인조정선수단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김 씨는 고등학교 교환학생 시절 스키장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좋아하던 마라톤과 축구는 더이상 할 수 없었지만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은 장애인 조정팀에서 몇 개월간 조정을 배웠다. “그때 상대적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선수들의 모습들을 언젠가는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대학 입학 후 첫 방학 동안 마음 맞는 친구들과 50일 동안 미국 20개 주를 여행했다. 휠체어를 탄 뒤 첫 번째 장기 여행에서 그는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을 찾아 헤매곤 했다. 여행을 마친 그는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책 ‘바퀴 위에서의 20개 주(20 states on wheels)’를 썼다. 그때부터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김광준 씨와는 휴학 기간이었던 올해 국내에서 영상 프로젝트 ‘서울 휠체어 여행(Seoul, Take the Wheel)’을 함께 만들면서 인연을 맺었다. 서울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직접 곳곳을 다녀보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 촬영을 지원해줄 사람을 찾던 끝에 서울대 영상제작동아리 소속이었던 김 씨를 소개받았다. 스포츠와 클럽 파티 등 다양한 VR 영상 촬영 경험이 있었던 김 씨는 장애인 콘텐츠 제작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이 둘이 함께 만들어 8월 초 자체 홈페이지(www.wearemuui.com)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휠체어를 탄 이의 시각으로 보이는 서울이 등장한다. 김건호 씨와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서울 경복궁과 광장시장, 명동의 식당을 다니며 풍경과 먹거리를 즐긴다.

 하지만 영상 말미에는 그곳의 장애인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의 위치와 휠체어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자리 찾는 법이 나온다. “광장시장엔 침구류 쇼핑 건물 근처에 휠체어 전용 화장실이 하나 있습니다.” ‘광장시장 편’에 나오는 대사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